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e Jun 06. 2024

매너 좀 지켜줄래?

(똥 사진은 정말 너무했어!)

별아, 이렇게 사달라고 계속 말하면 아빠가 사줘?

힘이 빠진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런식이면 나라도 안사준다.)


이를테면 이렇게 카톡을 보낸 별

[아빠 이거 사줘

#탕후루

#마라탕

#시나모롤키링

#포켓몬빵

#페퍼로니피자

#허니버터칩

#시나모롤립밤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애정이 고프니 먹을걸로 채우고 싶은 욕망일까?)



매일 아빠에게 바라는 것을 1번부터 10번까지 

저런식으로 해시태그까지 달아 보낸다.

(문제는 저걸 이젠 끊은 학습지 선생님 등 알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복사해서 보낸다.)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사줄 수 없다고 계속 달래도 안되니 

대부분 이들은 카톡창에 사라지지 않는 1로 무언의 거부를 표하고 있다.

별이에게 가장 친근한 아빠나 고모도 마지못해 대답해주고 있었다.



"별아, 너 다른 사람하고 대화가 하고 싶은거야?"

잠시 생각하는 듯 아래를 쳐다보며 좌우로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이던 별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게된 별이의 특징이다. 별이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생각을 할 때에는 

아래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움직이고,

외부의 일을 기억하려 할 때에는 위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린다.)


"내가 방법 알려줄까?"

아래를 쳐다보던 별의 눈이 커지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려면 넌 이걸 꼭 지켜야해."

나는 별이의 공책에 두 글자를 적어 보여줬다.


[매.너.]


일단 이것부터 지켜보자.

1. 더러운 사진은 보내지 않는다.(똥, 콧물, 코딱지, 토.. 네 몸에서 나온 이물질은 제발 너만 보길 바래..)

2. 사달라는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본다.


오늘 어버이날이니까 우리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한번 보내볼까?

별이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카톡 문장을 다듬어보았다.

[아빠, 별이가 아빠 선물로 꽃을 접었어요.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

.

.

.

.

"카톡!"


[엄마꺼는?]




읭?!


갑자기 예사롭지 않은 공기가 느껴졌다.




(별이는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카톡 좀 봐도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