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사진은 정말 너무했어!)
별아, 이렇게 사달라고 계속 말하면 아빠가 사줘?
힘이 빠진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런식이면 나라도 안사준다.)
이를테면 이렇게 카톡을 보낸 별
[아빠 이거 사줘
#탕후루
#마라탕
#시나모롤키링
#포켓몬빵
#페퍼로니피자
#허니버터칩
#시나모롤립밤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애정이 고프니 먹을걸로 채우고 싶은 욕망일까?)
매일 아빠에게 바라는 것을 1번부터 10번까지
저런식으로 해시태그까지 달아 보낸다.
(문제는 저걸 이젠 끊은 학습지 선생님 등 알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복사해서 보낸다.)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사줄 수 없다고 계속 달래도 안되니
대부분 이들은 카톡창에 사라지지 않는 1로 무언의 거부를 표하고 있다.
별이에게 가장 친근한 아빠나 고모도 마지못해 대답해주고 있었다.
"별아, 너 다른 사람하고 대화가 하고 싶은거야?"
잠시 생각하는 듯 아래를 쳐다보며 좌우로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이던 별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게된 별이의 특징이다. 별이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생각을 할 때에는
아래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움직이고,
외부의 일을 기억하려 할 때에는 위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린다.)
"내가 방법 알려줄까?"
아래를 쳐다보던 별의 눈이 커지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려면 넌 이걸 꼭 지켜야해."
나는 별이의 공책에 두 글자를 적어 보여줬다.
[매.너.]
일단 이것부터 지켜보자.
1. 더러운 사진은 보내지 않는다.(똥, 콧물, 코딱지, 토.. 네 몸에서 나온 이물질은 제발 너만 보길 바래..)
2. 사달라는 말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본다.
오늘 어버이날이니까 우리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한번 보내볼까?
별이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카톡 문장을 다듬어보았다.
[아빠, 별이가 아빠 선물로 꽃을 접었어요.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
.
.
.
.
"카톡!"
[엄마꺼는?]
읭?!
갑자기 예사롭지 않은 공기가 느껴졌다.
(별이는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