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존재의 두강

〈더시시비비-12>

by 리디아 MJ

6화. 우리가 끝내 나눈 것은, 침묵이었다


“때로 가장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은,

침묵이다.”


감정은 물과 같다.

흐르면 생명이 되고,

고이면 탁해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흐르지 않으면,

결국 상처로 변한다.


형은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나는 반대였다.

모든 것을 말로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우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사랑은,

언어보다 먼저 존재한다.


형의 침묵에는 따뜻함이 있었고,

그 조용함은

때때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말은 부재를 드러낸다”고.

침묵은

오히려 충만함의 징후일 수 있다.


그 침묵 속엔

모든 감정이 고요히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형과 함께

오래된 LP판을 들으며 앉아 있었다.

나는 불쑥 물었다.


“형, 행복해?”

형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은 없었다.


나는 다시 묻지 않았다.

그 고요함이

어쩌면 대답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형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끝내 아무 말도

주고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날,

나는 형의 손을 꼭 쥐었다.

말 없이, 오래도록.


그 온기가

형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믿는다.


세상은

끊임없이 소통을 강요한다.

말하지 않으면

이해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침묵은

때로 가장 깊은 소통이 된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존재 자체로 이해된다.


침묵이 폭력이 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이와의 거리감은

침묵을 날카롭게 만든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을 향해

열려 있는 침묵은,

공명하는 침묵이다.


그건 고립이 아니라

연대다.


형이 떠난 후,

나는 더 이상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말로 하지 못한 감정도,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침묵이 반드시 표현의 부재가 아님을 안다.

오히려

그 어떤 언어보다 풍요로운 감정의 형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래서 요즘,

나는 말이 줄었다.

대신 더 자주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함께 고요 속에 머무른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챈다.

형이 나에게 남긴 건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은 여전히

나의 마음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The CCBB-12〉 6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그 안에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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