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녀와 문화로 소통하기

《곡성, 우리 둘은 절반만 봤다》

by 리디아 MJ


여름 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무서움에 질렸던 어느 심야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이번엔 심야영화 꼭 보고 싶어.”


학생 때 늘 있던 귀가 시간 통제,

그건 부모와 자식 사이의 줄다리기 같은 숙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줄을 살짝 놓아보기로 했다.


여름 밤,

우리는 한국영화 ‘곡성’을 보기로 했다.

“등골 오싹한 거 보고 싶어.”

그 말에 나는 속으로 떨면서도 웃었다.


영화표를 예매하며

우리는 규칙을 정했다.

“서로 소리지르기 없기, 중간에 잠들기 없기.”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울면 안 돼~”


극장엔 우리처럼

무서운 걸 일부러 보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왠지 우리만의 작당 모의 같은 특별함이 그 안에 있었다.


‘곡성’이 시작되고,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전설의 고향을 이불 속에서 실눈으로 보던 나.

그 공포와 긴장감이 스크린 위로 다시 몰려왔다.


아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손가락은 벌어져 있었다.

슬쩍 보면서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


우리 둘은

영화의 절반은 눈으로 보고,

절반은 감정으로 느끼며 감았다.

땀인지, 공포인지 모를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 새벽 공기가 싸늘했다.

우리 둘은 자꾸 뒤를 돌아봤다.


“빨리 가자 빨리!”

“너~무 무서웠어.”

“스토리 뭐야 이게, 진짜 그게 맞아?”

“일단 뛰자!!”


아파트 입구까지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뛰었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서로 눈을 마주보며 숨이 차도록 웃었다.


“두 번은 못 보겠다.”

“진짜… 우리 너무 웃겨.”


그 새벽,

온 세상이 조용한 그 시간에

우리 둘만이 해방된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무서움도, 시간도, 규칙도 잊은 채

우리는 한 여름 밤을 ‘기억’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