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녀와 문화로 소통하기

《오펜하이머, 그날 아들은 말 없이 자신을 보여주었다》

by 리디아 MJ


군복을 입은 소년, 묵직한 영화 한 편의 선택


해병대 훈련소를 마치고

아들이 처음으로 나온 휴가.

우리는 긴장과 설렘이 엇갈린 마음으로

군대 정문을 넘었다.


그곳은 단지 면회 장소가 아니었다.

장갑차가 지나가고, 탱크를 타보는 체험도 있었다.

아들은 자연스럽게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어른 같고, 조금 더 단단해 보였다.


첫날 점심을 함께 먹고,

아들이 말했다.


“엄마, 같이 영화 보자.”

“‘오펜하이머’ 보고 싶었어.”


나는 순간 멈칫했다.

군인이 된 아들이, 휴가 첫날,

3시간 가까이 되는 무거운 영화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뭔가 물어보고 싶었다.


“왜 그 영화야?”

“그 주제, 그 결말, 네 마음속엔 뭐가 남았을까?”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군복을 입고 조용히 좌석에 앉은 아들의 옆 얼굴이,

이미 모든 대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군인의 삶이란 무엇일까.

무기의 무게, 생사의 경계, 그리고 책임의 크기.


그가 선택한 영화는

그저 ‘보고 싶던 영화’가 아니었다.

아마도 스스로 느끼고 싶은 감정의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극장이 어두워지고, 긴 서사가 흐르는 동안

나는 아들의 표정을 가끔 훔쳐봤다.

그 눈빛에는

훈련소에서만 키워질 수 있었던

어떤 고요함과 집중이 깃들어 있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극장을 나섰다.

햇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쏟아지던 오후였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고맙다. 그 영화 같이 봐줘서.”

“넌 이제 조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하지만 나는 또 침묵했다.

그날, 말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의 밀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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