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동유럽, 체코에서

<프롤로그>

by 리디아 MJ

다시, 꿈을 꺼내 든 여행


한때는 누구보다 뜨겁게 꿈꾸었다.

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걷는 상상을 했다. 체코의 붉은 지붕 아래서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 노천카페에서 흑맥주를 마시며 낯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 그 모든 풍경은 책에서 나왔고, 나는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그 장면에 붙들려 있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체코라는 낯선 나라를 나의 상상 속 첫 사랑처럼 만들어주었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슬픔, 그리고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 나는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언젠가는 내 두 발로 걷고 싶다고 마음속에 조용히 다짐했다.


하지만 ‘언젠가’라는 말은 종종 너무 멀고, 너무 편하다.

취업과 결혼, 육아와 반복되는 일상은 그 다짐을 먼 서랍 속에 넣어두게 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까’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그 꿈을 묻고 또 묻었다.


그러다 마흔이 되었다.

삶은 여전히 분주하고, 일은 끝이 없었다. 웃음은 줄고, 한숨은 잦아졌다. 퇴근길 서점에서 우연히 펼친 여행책 한 권. 사진 속 프라하의 다리 위를 걷는 낯선 여행자들의 모습이, 문득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이제는, 내가 걸을 차례인가?”


그날 밤, 아이들이 잠든 후 작은 방에서 항공권을 검색했다.

가슴이 뛰었다. 이 설렘이 너무 오래된 감정이라 낯설기까지 했다. 결국, 체코행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면서 나는 웃고 있었다. 꿈을 향해 손을 내민 건 참 오랜만이었다.


이 여행은 그저 풍경을 보러 가는 일이 아니다.

살면서 잠시 접어둔 나를 다시 마주하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엄마이기 이전에 ‘나’로서도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여정.


이 이야기는 그 여행의 기록이다.

마흔의 엄마가 오래된 꿈을 품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났던 동유럽의 시간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도, 인생은 다시 길을 내어준다는 것을 믿게 해준 열두 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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