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았던 장미의 시절이 지나고,
우리 집엔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
각자의 고단했던 삶은 어느덧 별이라는 생명을 통해 회복되어갔다.
별은 우리에게 사랑의 진심을 믿게 해주었고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웃었고,
사랑했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익숙하게 걸어가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걷는 듯한 별 하나가 다가왔다.
작은 별이 고요히 고통의 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 장마가 끝나던 무렵이었다.
음식 앞에서도 조용히 눈을 감던 별.
입을 닫은 채 말라가던 몸.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별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고깃국을 끓였다.
혹여 마지막 힘을 낼 수 있을까 싶어
한 그릇, 또 한 그릇
정성껏 떠밀듯 먹여보았다.
별은 조용히 받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이었다.
그 무렵 우리는 시간이 작아지고 있음을 알았다.
별이 그 시간을 붙잡고 있다는 것도.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 돌아왔다.
별이 처음 우리 곁에 온 계절.
하지만 그 봄의 공기 속에서
별의 숨은 어딘가 조금씩 버거워 보였다.
내 무릎 위로 조용히 몸을 뉘던 별은
안정을 찾듯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그 작은 생명이
늘 하던 대로
집 안을 따라다니며
내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예뻐요.”
그 짧은 말들이
이 짧아진 시간을 붙들기 위한
절실한 고백이라는 걸
그땐 미처 다 알지 못했다.
별은 마지막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마지막을 천천히 따라가며
별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별은 다시 우리 곁에서 웃었고
밤마다 곁에 누워 눈을 맞춰주었다.
다리에 쥐가 나도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별의 숨결이
흐트러질까
그저 조심스럽게 다리를 뻗을 뿐이었다.
작아진 귀를 살피고
이불을 덮어주며
우리는 별에게 말없이 전했다.
“괜찮아, 여기 있어 줘서 고마워.”
별은 우리의 눈을 응시하며
또 한 그릇을 비워냈다.
다시 한번 힘을 내주기를 바라는
그 눈빛을 기억하듯이.
그날 새벽,
별이 내 다리를 끌어안고 체온을 나누었다.
우리는 기도했다.
그 시간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길.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별은
나를 응시하던 눈으로 마지막 눈인사를 건넸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별이 된 별은
그렇게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으로 우리를 채워주고,
우리 곁을 떠났다.
고맙고, 사랑해.
너로 인해 참 행복했어.
안녕, 우리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