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거나, 현실에서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이 특별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화려한 언변을 가진 것도 아닌데, 말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왜일까?
나는 파이트 클럽을 보면서 그 답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타일러 더든이 그렇다. 그는 단순히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으로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정답이 아니더라도 힘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의견을 내지만, 그 말이 공허하게 흩어질 때가 많다. 나도 그렇다.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저게 맞는 건가?” 하며 왔다 갔다 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 결국 내 생각은 남의 말에 덧칠된 것처럼 들릴 뿐, 나다운 색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신념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같은 장면을 봐도, 같은 사건을 겪어도 자기 기준으로 바라본다.
이를테면, 소비사회에 대해 누군가는 ‘편리하니 좋은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인간을 점점 피곤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신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믿는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한 반응을 넘어선 생각을 보여준다.
그럴 때 사고는 넓어지고 깊어진다.
나도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아, 저 사람은 남의 잣대가 아니라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그 태도 자체가 이미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은 판단 속에서 신념은 반복된다.
“나는 이럴 땐 이렇게 한다”라는 원칙들이 쌓이면서, 취향이 되고, 그 취향은 곧 자기 의견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늘 값비싼 브랜드 카페만 찾고, 또 어떤 사람은 “나는 분위기 있는 작은 카페를 고른다”라는 기준을 갖는다.
처음엔 단순한 선택 같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것은 그 사람만의 ‘색’이 된다.
회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저는 찬성합니다”라는 말만 한다.
반면 신념이 있는 사람은 “저는 이 아이디어가 브랜드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한다.
같은 한마디라도 전자는 공허하게 흩어지지만, 후자는 자기 목소리로 남는다.
우리는 이런 순간에 본능적으로 느낀다.
“아, 저건 남이 빌려준 말이 아니라, 진짜 자기 언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현실 속 매력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거다.
신념은 그 사람의 가장 큰 무기다.
말재주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신념이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생긴다.
논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태도에서 묻어나는 확신이 있다.
심지어 토론에서 이기지 않아도, 듣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건 결국 그 사람이 가진 확신, 즉 신념이다.
그 신념이 사고를 넓히고, 자기만의 의견을 만들며, 결국 세상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
사람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신념이 있을 때 비로소 자기 색깔을 드러낸다.
그 색은 누군가가 대신 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선택과 판단 속에서 스스로 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색이 결국, 그 사람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