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2일차
아침에 경복궁에 가서 뛰었다.
그다음, 밖에 앉아 커피를 한 잔 했다.
방에 들어와 씻고, 한숨 자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서순라길이 좋다고 해서 걷다가
전현무가 갔던 타코집[비틀비틀,비틀스타코]을 우연히 발견했고,
즉석에서 들어가 타코를 먹었다.
고수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타코에서 은은하게 입 안에 맴도는 고수향이 너무 좋았다.
그다음 발이 너무 아파
신발을 사러 명동에 갔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쪼리를 하나 샀고,
자라에 들러 남편이 남방을 골라줬다.
저녁을 먹고, 재즈바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불안해졌다.
휴가 이틀째인데,
*이틀 동안 쇼핑만 한 거 아냐?*
*이렇게 보내도 괜찮은 걸까?*
아니야아니야.
오늘 나의 목표는 ‘경복궁 달리기’와 ‘재즈바’였잖아.
그렇게 생각하려 애써도
자꾸만 불안해졌다.
휴가조차도 ‘잘 보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기대와 기준이 내 안에 있었다.
‘쇼핑만 한 건 의미 없는 여행이야.’
‘무언가 남겨야 해.’
‘특별해야 해.’
그런 생각들.
아마도 ‘의미 있어야 한다’는
나만의 강박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나는 경복궁을 달렸고,
걷다가 우연히 타코집을 만났고,
발이 아파 쪼리를 사러 돌아다녔고,
남편이 예쁜 남방을 골라줬고,
맛있는 메론빙수를 먹으며 글을 썼고,
밤에는 재즈바를 갈 거고,
시은과 상현도 만날 예정이다.
작고 사소하지만
‘지금’에 충실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휴가 2일차.
잠시 쉬며
오늘의 작고 흐릿한 장면들을 꺼내어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순간들을 놓치게 하는 건,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감.
‘특별해야 한다’는 나의 시선.
나는 오늘,
그것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