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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Dec 31. 2022

당신의 인생도 후르츠인가요? 영순위영화《인생 후르츠》

부부라면 이들처럼



연말에 한 해를 뒤돌아보고 반성하듯  

송년의 끝에 만난 뜻밖의 영화가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 인생후루츠 >>>>>>>>>>





흙을 스치는 괭이 소리..

물을 주는 소리..

탐스러운 감자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호미 소리..

바람 소리..

비 오는 소리..

낙엽 그러모으는 소리..

흙 위에 낙엽 뿌려 주는 소리...



이 시간의 두런거림은

70종의 채소와 50종의 열매들을 위한 노부부의 헌신적인 노작의 소리이자

자연과의 따뜻한 소통의 소리이다.

좋은 땅과 내일의 풍성한 열매를 위한

한결 같은 믿음의 소리이기도 하다.

자연이 함께 노래 부르는 이 곳은

90세 츠바타 슈이치, 87세 츠바타 히데코 부부가 오랫동안 일군 밭이자 정원이다.

맑고 상냥한 곳이며

주인의 인생 가치가 깊게 숨쉬고 있는 푸른 곳이다.  







북돋우고 격려한 땅의 결실들이

히데코 할머니의 손을 거치면

건강하고 소박하고 달콤한 지혜의 음식으로 철철이 태어난다.

마멀레이드, 매실장아찌, 감자고르케, 딸기케이크, 푸딩...

할머니는 무엇이든 인생 내공 끝판왕!

미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은 무궁무진 눈부시다

이 예쁘고 정갈한 음식들의

시작과 끝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의 '오이씨!' 한 마디에

할머니는 '그거면 충분하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둘인 듯 하나인 듯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며 살아가는

대가 없는 관심과 사랑이

고즈넉하고 기품 있다.







노부부의 자연엔 흙이 바탕이듯

인생엔 사람이 바탕이다.

나무로 만든 인형의 집은

손녀의 동심을 극진하게 채워 주고,

음식을 나누고

손엽서로 사소한 일상에 감사함을 전하는,  

관계된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방향을 주고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겸손한 열정이 따뜻한 감동을 준다.



무언가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턱을 만지며 고민하게 한다.  

'식사 중' '작업 중' '회의 중'처럼

합이 177살인 만년의 노부부는

황혼녘의 소멸이 아닌

여전히 '사는 중'에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  차근차근 천천히...

노년의 권태와 우울은 없다.

세월의 덧없음은 있을지라도...







생명의 땅에 대한 주인공의 사명감,

그리고 헌신과 향유는

자연의 생명이 인간의 생명이라는

깊은 통찰에서 우러난 것이다.

인간은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

인간적인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명제의 답을 노건축가 츠바타 슈이치는

자연과 경계가 없는 삶,

자연의 순리와 함께 하는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인간의 궁극은 자연임을 밑그림으로 그렸고

그것은 결국 큰 그림이었다.

자연 생명의 논리가 미래의 논리임을

한결같은 실천으로 굳건하게 지켜온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 , 인간 슈이치의 모습은 경제적 논리에 휘둘리며 부라퀴가 돼 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반성하게 하고

우리 삶의 지향점을 깊게 묻는다.



자연을 향한 신념으로 자연을 실천하다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츠바타 슈이치의 삶은

인간과 삶의 성찰을 위한 마중물 같은 것이었다.

관객을 위한 그의 인생기부는 값지고 소중하다.



아름다움은 본능적으로 즐거움과 휴식을 준다.

노부부의 지난하고 일관된 시간의 거름은

주렁주렁 인생 과실이 되었다.

그 인생 과실이 주는 생명력은

오감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에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유와 휴식을 준다.

인생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줄기찬 꿈이다.

계획의 좌절은 있어도

꿈의 좌절은 없다.

꿈은 죽을 때까지

서서히

달콤하게 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후르츠이기 때문이다.



키키 키린의 묵직한 나레이션이

영화의 메아리처럼 길고도 깊게 울린다



스스로... 차근차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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