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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Feb 13. 2024

당신도 자장가가 필요합니까?

인간의 노래




침대에 누워 있는 5살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노래 좀 불러 줘

그럼 잠이 잘 오거든.."


과부나 다름 없는 젊은 엄마가

심장수술을 앞둔 아들의 수술비를 걱정하며 표정이 어둡습니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좀 피곤한데.."


아들이 말합니다





"엄마 내가 자장가 불러 줄게"





당신도 자장가가 필요합니까?

저도 자장가가 필요합니다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스르르 잠들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많은 선택을 했습니다

착하려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열등감 좌절감을 극복하며 전심전력했습니다

내면과의 충돌 외부와의 맞섬에 괴로웠습니다

인생의 고비를 만났습니다

악몽 같은 시간입니다

습관처럼 마주친 오늘일지라도

마지막이 아닐 내일을 위해

포기하며 포기하지 않으며

나를 잃기도 나를 찾기도 했습니다

우월함을 추구했습니다

뽐내며 자부했습니다

재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목적 있는 감정을 표출하며 관계에 전전긍긍했습니다

다 소진한 당신, 껍데기만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자장가가 필요합니다

당신도 자장가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흰 침대에서 잠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누구나 평등해지는 시간

강인한 사람도 나약한 사람도

뒤처진 사람도 걸출한 사람도

우쭐대던 사람도 자신 없던 사람도

다 부질없어지는 시간

모든 관계와 사회적 액세서리를 벗는 시간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누구라도 불행할 수 있고

누구든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

악한 감정과 많은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시간

역경의 시간을 멈추고 잠시 해방되는 시간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며 잠잠해질 수 있는 시간

회복되고 성장하고 건강해지는 시간





대전환의 시간입니다

내일을 창조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포기할  없습니다

잠을 위해서만큼은 자신을 내팽개쳐 둘 수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우리의 짧은 삶은 잠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잠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시간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잠을 지켜야 합니다

잠에 진입하기 위해 우주의 기를 모읍니다

현실을 떠나 더 멀리 더 크게 격차를 벌립니다






엄마의 토닥임 같은 자장가가 있습니다

아기를 안고 움직이는 조용하고 느린 발걸음

엉덩이에 전해지는 따뜻한 리듬의 손동작 같은 자장가가 있습니다

부엉이도 잠들게 할 할머니의 아늑한 읊조림 같은 자장가가 있습니다

악몽을 쫓아내고 아기의 왕궁과 예쁜 꿈을 부를

요람의 박자 같은 자장가가 있습니다

오늘의 관문을 통과한 보상입니다





모짜르트의 자장가, 브람스의 자장가

슈베르트 자장가, 헨델 라르고

섬집아기, 자장자장 우리 아가

개구리들의 합창, 귀뚜라미 독창

굵은 빗소리, 겨울 바람소리

이제 자라는 엄마의 밤깊은 목소리..





그리고 칼 젠킨스의 베네딕투스(benedictus)





엄마의 품안긴 듯

요람에 누운 듯

갈망하는 잠의 축복을 얻습니다






공동생활에 기초를 둔 수도원을 설립하였고

후대 수도원 생활의 기본이 된

<베네딕트회 규칙>을 편술한

서양 수도회의 아버지, 성 베네딕투스.

이 곡은 칼 젠킨스가 성 베네딕투스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영국 음악가 칼 젠킨스는 <Songs of Sanctuary>의 타이틀곡인 아디에무스<Adiemus, '성스러운 바다의 노랫소리'로 해석되기도>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에게 영감을 받아 작곡한 <팔라디오(Palladio)>가 <베네딕투스(benedictus)>와 함께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간

내면과 연결되는 시간

본질과 근원을 묻는 시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시간

평화를 기원하는 시간

베네딕투스의 영감이자 메시지입니다





여명의 신 아우로라를 잠자코 있게 합니다

새소리는 잠시 잠깐 아침과 함께 사라지고

어느새 밤이 깊어 모두가 숨죽입니다

순수함이 밤으로 초대됩니다

춥고 가난한 영혼은 자신의 가슴에 귀기울입니다

가장 단순한 진리를 묻습니다

인간의 씨를 인간의 꽃을 인간의 열매를 묻습니다

인간으로 살기 위한

자신으로 살기 위한 기도가 있습니다

가장 청빈하고 간결한 기도소리만 피어오릅니다

기도는 점점 커져 합창이 되고

보잘것 없던 참회는 점점 웅장하게 증폭됩니다

은하수처럼 넓어져 천사에게 닿습니다

귀가 뚫립니다

마음이 뚫립니다

고요한 떨림이 있습니다

지름길이 아니어도

조급함을 주지 말고 성실함을 달라는

종교적 감성에 찬

신의 품안에서 흥건히 젖는

평안하고 경건한 영성





아득히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유성

.

.

.

.


그리고 암전







저는 2CELLOS가 연주하는 베네딕투스를 좋아합니다 

크로아티아 출생 스테판 하우저(Stjepan Hauser)와 루카 술릭(Luka Sulic)으로 구성된 첼리스트 듀오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단꿈 꾸는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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