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aemyungdan
Mar 24. 2024
봄옹아리 막 시작될 때
우릴 꼬드긴 건
당당한 햇빛이었어
아니, 어쩜
시절 인연을 기억하는
우리의 본능이었겠지
기지개를 켜며 솟구치려는
서넛 가시내들
굼뜬 겨울 후리며
들밭 언덕배기를 성가시게 반나절
꽃바람, 망설여지는
문턱의 어린 잎사귀
힘껏 땅심 빨던
젖살오른 뽀얀 뿌리
반짝반짝 꼬리 봄별
참냉이의 벅찬 찰나
초유 같은 생명의 원기
향기로운 허밍처럼 스며들면
겨울 군내 해끔하게 씻겨내리고
봄엔
꿈이 없다 할 수 없느니
머리카락 반짝이며
너와 나
다시 만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