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의료사고로 아버지가 허망하게 떠나셨을 때,
슬픔에 잠긴 나에게 고모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은 다 죽어.”
그 말이 처음엔 너무 차갑게 들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절망 속의 진리였다.
고모의 첫째 아들이 물놀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겨우 20대 초반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놀랐을 뿐,
자식을 앞세운 고모의 슬픔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
그 말의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다 죽어.”
그건 체념이 아니라,
하늘을 원망하고 또 원망한 끝에 간신히 붙잡은 삶의 문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은 겪어봐야만 공감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책이나 매체로 수없이 본다 해도, 직접 겪은 아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조문 온 친구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가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가 꼭 화장실 들렀다 오라던데?”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나쁜 기운을 털고 간다는 미신쯤으로 짐작했다.
그때 나는 섭섭하기보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순수한 무지가그저 안타까웠다.
그들도 언젠가 나처럼 부모를 떠나보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고모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다 죽으니까.
그때가 조금 더 빨랐을 뿐
나는 그들보다 먼저 죽음을 배운 사람일 뿐이었다.
이제 나는 지난 경험과 생각들을
조용히 꺼내어 써보려 한다.
그때의 나를 위해
그리고 지금의 당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