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믿음의 위험성

by 진청단


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한 남자가 곰을 친구라고 믿었다.

처음 그가 곰에게 다가갔던 날

그는 조심스럽게 먹이를 내밀었고

곰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는 매일같이 곰을 찾아가 먹이를 주었고

점점 더 긴 시간을 곰과 함께 보냈다.

곰이 온순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곰이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라

굳게 믿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그는 곰을 향한 경계를 완전히 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달리 예민해 보이는 곰에게도

그는 아무 의심 없이 평소처럼 다가갔다가

그대로 사지가 뜯기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일방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냐를 말하기 위함이다.

곰을 친구라 부르며 경계를 풀어버린 남자의 문제는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감정과 호의가 그대로 돌아올 것이라

단정해버린 데 있었다.


이런 일은 사람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친척이니까’,

‘오래 봐왔으니까’

이런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상대를 믿어버린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위험성을 가진 사람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건넨 믿음은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범인 이춘재의 처제 역시

그런 이유로 형부를 믿었다가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런 사건은 뉴스에서 가끔 보이는 것보다

현실에서는 훨씬 빈번하다.

부모, 형제, 친척,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경계심은 쉽게 무장해제되기 쉽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틈을 노리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그런 일은 드물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확률이 아니다.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인해

입는 피해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필요한 거리는 반드시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

이런 안일한 생각 하나가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곰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 우정을 믿어버린 그 남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관계 속에서

최소한의 경계와 판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

결국 나뿐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말과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