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by 주로 독자

누가 나한테 쓴소리를 하면 그렇게 듣기 싫었다.

지식도, 경험도 풍부하지 못한 내가, '존심'만 넘쳐나서

'네가 뭔데'라고 마구 대거리를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나의 비뚤어진 모습을 지적했을 때, 나는 갈림길에 섰다.


싸울지, 들을지


싸우고 멀어지기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다.

난 들어보기로 했다. 그야말로 억.지.로.

곱씹을수록 듣기 거북하고 속이 상했다.

눈물까지 치밀어 오르려고 했다.


친구의 조언을 내 안에 구겨넣고 하나하나 펼쳐보았다.

실제 종이를 씹어 삼켰다고 할만큼 껄끄럽기 그지없었으나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나의 '구린' 면면을 보자 부끄러웠다.

이런 모습을 왜 나만 몰랐던가.

옷가게 사장이 키가 커보이는 거울을 손님 앞에 들이밀듯

나도 내가 보고싶은 자아도취용 거울로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참 구리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진복팔단에서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땅을 차지한다는 것은 묵묵히 가꿔온 내면의 잔잔함으로 결실을 이룬다는 것이리라.

돌아가신 차동엽 신부님은 온유한 사람은 듣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여러 의미리라.


과연 나는 오랜세월 난폭한 사람이었다. 들을 귀 없는 사람. 귀를 막고 있는 사람.


그러나 이제 들으려 한다.

내 안의 땅에 못난 자아와 습관을 부수어 거름으로 뿌려야지. 옥토는 아니어도 박토를 쟁기질해서 '온유'라는 알곡을 거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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