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공 탄

나는 어릴 적부터 과묵한 놈으로 유명했는데, 그건 사실 '할 수 없는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야. 흔히 말하듯 조용한 사람은 숨길 게 많은 법이거든.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내가 어떤 공상에 빠져있는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 할 거야. 실패하고 주눅든 인간이 꿈꿀 수 있는 복수란 지나치게 끔찍하기 마련이니까. 목구멍과 혀뿌리 사이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아 둔 그 빌어먹을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결국 나는 목을 매거나, 미쳐버리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지도 몰라. 왜냐하면 나는 사회적 평가에 극도로 예민한 성격이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기 때문이야. 오늘도 언젠가 길에서 마주친 여학생의 미소가 나를 조롱한 건 아니었는지, 기억을 곱씹으며 괴로워하느라 잠까지 설치고 말았지. “신경쓰지 마. 아무도 너한테 관심 없어.” 제발, 충고랍시고 이따위 말을 내게 씨불이진 마. 사람들은 타인의 내면에 무심할 뿐 상처주는 건 무척 즐겨한다고. 못생겼다는 둥, 병신 같다는 둥, 정신병자라는 둥, 들릴듯 말듯, 아무렇지 않게. 정말 우울한 일이야. 그리고 나 또한 다르지 않다는 점이 견딜 수 없이 역겨워. 보란 듯이 칼로 혀를 절단함으로써 스스로 벌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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