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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사랑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은 '없음'의 형태로 존재한다.

by LAEAZY
세상의 규범은 항상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려 하지만,
사랑은 그 경계 자체를 흐트러뜨린다.
사랑은 우리를 구원함과 동시에, 위험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


물은 형태를 갖지 않는다.

그릇을 만나야 모양을 갖고,

열을 만나야 변한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에게 처음 건넨 것도,

수화로 처음 알려준 단어도 "에그"였다.



에그는 단단한 껍질 안에 부드러운 액체를 품은 채,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만,

동시에 갇혀 있는 생명이다.


그러나 에그는 열을 만나 변한다.

부드럽던 것은 단단해지고, 껍질을 까도 형태를 얻는다.


그녀와 그가 마주했을 때,

그들은 아직 물처럼

흐르는 감정이었다.


모양 없는 존재와,

형체 없는 감정.


그러나 사랑이라는 불은,

그들을 서서히 굳히고, 형태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사랑을 통해 완성되어 가듯이,

그들도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의 모양"을 얻는다.


단단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투명한 부드러움을 안고,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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