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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쁜 피를 끌어안는 법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나쁜 피]

by LAEAZY

<나쁜 피>


나는 오래도록 미워했다.


물려받은 것들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을.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는 그 미워했던 뿌리 위에 자라났다.


그리고 그걸 안다고 해서,

갑자기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피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 피를 모조리 빼내어,

다른 피로 갈아 낄 수는 없지만,


뼈를 깎는 고통으로

선택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살을 에는 고통으로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내 안의 나쁜 피를

마주할 용기가 안 날 만큼,

밉고 무섭지만


그걸 이용하는 방법 또한,

열심히 연구 중이다.


이번 생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 할

나의 과제임이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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