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우리를 뒤로 끌어당길 때
덩케르크 해변엔 총알보다 먼저 초침이 떨어졌다.
시간은 가장 무자비한 적이며,
동시에 우리가 구조해 내야 할 유일한 동료다
육지 - 7일, 정적의 서스펜스
7일간 모래 위에 남은 발자국을 지우지 않는 대신,
초침이 그 위를 지나간다.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버틸 뿐이다.
대신 시간이 움직인다.
버틴다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부재한 공간을 견디는 일이다.
바다 - 24시간, 집단의 호흡
물결은 컷 전환음으로 기능한다.
각 파도가 한 프레임이고,
민간 어선의 엔진음은 메트로놈이다.
우리가 바다에 심은 질문은 단 하나,
"얼마나 많은 호흡을 되찾아 올 것인가?"
구조선이 한 사람을 건질 때마다
필름의 구멍 하나가 메워지고,
하루는 스스로 러닝타임을 연장한다.
공중 - 60분, 음속의 편집점
파이어 조종석은
연료 게이지가 떨어질 때마다 클로즈업이 된다.
60분은 스릴러가 허용할 수 있는 최단 러닝타임,
그러나 서스펜스는 길이가 아니라 밀도로 결정된다.
한 발의 탄환이 적기의 동체를 관통하는 순간,
관객은 '죽임'이 아닌 '연장'을 본다.
적기를 떨어뜨리는 일도 결국,
아래 해변의 시간을 사는 행위다.
고지를 점령한 환호 VS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철수가 "도망"이 아니라, "귀가"라면,
"승전"이란 무엇이었을까.
싸우다
대상이 사람일 때는 피가 튄다.
대상이 시간일 때는 추위가 튄다.
이기다
고지에 꽂은 깃발은 바람에만 반응한다.
살아 돌아온 폐허는 심장 소음에 반응한다.
확보하다
승전은 땅을 확보하지만,
철수는 호흡을 확보한다.
철수하다
철수는 패배가 아니라,
호흡의 임시 저장이다.
결국 우리가 확보한 것은 땅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더 살게 해 준 숨 한 모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