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의 문고리를 돌리자 비로소 만난 '공간비유'
창문을 열면 도로의 소음과 바람이 먼저 반기고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과 인접한 곳에 집이 있다. 공원 산책길에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 흰색 파라솔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 북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독서 모임도 물어보는 등 주인장과 담소도 나누었다. 그렇게 아주 가끔 북카페에 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근처에 다른 작은 책방이 생겼다.
북카페와 비슷한 듯 차별화된 책방이 또 생겼지만 난 한참을 망설이며 근처를 맴돌기만 했다. 어느 날 문득 용기를 내어 빼꼼히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책방지기가 바뀌면서 새롭게 오픈을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리모델링된 책방은 '공간비유'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지만 한참의 시간이 흘러간 뒤, 늦가을과 초겨울의 사이에 호시탐탐 어떻게 방문할까 고민하던 중 책방지기를 만났다.
책방의 주인장은 서글서글한 눈매에 아주 야무진 모습으로 프로그램 소개를 해 주며 예약 신청 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책방 속에 있는 코끼리 벽화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동네 슈퍼처럼 편안함을 주었다. 나는 우선 산책 중이라 설명을 듣고 집에 와서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비교한 뒤 그림책 테라피 신청을 하였다.
당시 나는 너무 복잡한 글을 읽는 것도, 구속됨도 더더욱 싫고, 자유로운 해방감에 심취해 있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한 시간에서 이제 '뭐라도 해볼까?' 하며 책방의 문을 열었다. 책방에는 그림책이 나란히 전시를 하듯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림책을 통해서 내 마음도 알고 은퇴 후의 취미를 이것저것 찾아보고자 했었다.
우연히 접한 그림책은 신선했다. 동화책과 구별되는 그림책은 나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고 첫 동화책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속 그네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놀다간 자리에 비바람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아무도 찾아주지 않지만 그네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어른이 된 소년은 그네가 머문 자리로 돌아와 풀 숲 페허속에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네를 정비하고 어린 시절 자신에게 찾아왔던 것처럼 자녀에게도 그네의 추억을 공유한다.
그렇게 그림책 모임을 하던 중 글쓰기 모임을 모집한다는 책방지기의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을 하였다.
난 '왜 글을 쓰려고 할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은퇴 전부터 나의 인생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언니의 독설>>처럼 20~30대 여성들에게 인생의 전환점과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 고민스러울 때 위로도 좋지만 현실적인 따끔 한 충고를 들려주고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일명 말이 아닌 '글 쓰는 꼰대'가 되고 싶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혼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난 책 속에서 많은 지혜를 얻었다.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고 나의 고민을 시시콜콜 나누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일까? 난 혼자서 고민하고 책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문제를 해결해 갔다.
글 쓰는 꼰대
꼰대는 부정어가 가득 차 보이지만 난 프로라고 명명하고 싶다. 이제 '말하는 꼰대'가 아니라 '글 쓰는 프로'가 되고 싶다. 인생을 앞서 산 사람들의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더 나아가 따뜻한 위로보다 현실적인 근육을 키워주는 문장을 건네고 싶다. 고립된 채 책 속에서 지혜를 찾던 고독한 시간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선명한 기록이 되길 바란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던가?
난 그렇게 첫 책모임에서 브런치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1기 모임이 종료되기 전 브런치 작가 신청 도전을 목표로 첫 발을 떼었다. 그 결과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은퇴일기 매거진을 연재하고 있다.
글을 다듬고 가독성 있는 글씨체 선택, 문장들을 첨삭해 주는 책방지기의 친절함으로 글 쓰는 테크닉과 에세이 책을 매월 읽어가며 작가들의 글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용구는 어떻게 사용하고 비유하는지, 그림의 배치와 모바일로 미리 보기 하는 법 등 나의 실력은 쑤욱쑤욱 자라기 시작했다.
멤버가 교체되긴 하였지만 2기 모임이 시작되었고 난, 언제나 그렇듯 긴 시간을 두고 글모임에 참여할 거다. 책을 출간하고 책방지기처럼, 은유 작가님처럼 '글쓰기 모임을 내가 주체할 수도 있겠다'는 벌써부터 부푼 꿈에 설레어한다. 벚꽃이 꽃잎을 개화하기 전 꼬물꼬물거리는 것처럼 응축된 힘을 모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베개에 푹 파묻혀 침대 속에서 책을 읽고 하루 중 짬짬이 글을 써 내려가며 참으로 충만한 인생에 감사한다. 은퇴 후 여행을 즐기며 남은 생을 자유롭게 지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여행이 일상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방황하고 불규칙한 생활로 오히려 건강을 잃기도 하며,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난 하루하루가 할 일들로 가득차다.
결과가 주어진 삶!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삶!
온전한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삶!
나처럼 책방 앞에서 저 문을 열고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저 문 너머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으니 용기 내어 밀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