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오늘 하카나이는 세상의 시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금 일찍 굳은 문을 닫았습니다.
더 많은 분을 맞이하기 위해 공간의 여백을 헐어내기보다는, 이 공간에 흐르는 '완벽한 고요'의 밀도를 지켜내는 일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이 닫히고 모든 조명이 낮아진 후에야, 비로소 이 공간은 텅 빈 우주처럼 가장 깊고 다정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혼자 남은 바에 서서 차가운 카페 오 레를 한 잔 내렸습니다. 투명한 얼음 사이로 커피의 짙은 어둠과 우유의 순백이 경계 없이 뒤섞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어 졌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혹시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과 억지로 맞춰야 했던 세상의 속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유랑하지는 않으셨는지요.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당신의 숨통을 조일 때, 우리는 종종 철저한 고립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 집니다.
투박한 돌멩이 곁에 소리 없이 내려앉은 벚꽃 잎을 봅니다.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시간을 지나, 마침내 가장 단단하고 고요한 곁을 찾아 누운 저 꽃잎은 스러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벽한 안식을 선택한 것일 테지요.
방황해도 괜찮습니다. 길을 잃은 것 같아 두려운 밤이라면, 억지로 괜찮은 척 세상의 소음 속에 머물지 마십시오. 하카나이의 닫힌 문 너머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쫓겨난 당신을 아무런 질문 없이 품어줄 다정한 침묵이 존재합니다.
당신의 헛헛한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으실 수 있도록, 오늘도 저는 이 깊은 어둠 속에서 묵묵히 당신의 잔을 데워두고 있겠습니다.
Haka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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