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기어코 봄이 왔다며 흐드러진 꽃잎을 흩뿌리지만, 누군가의 마음에는 여전히 시린 눈바람이 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피어나는 봄을 찬양할 때, 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아직 녹지 못한 누군가의 언 마음을 생각합니다.
찬란한 빛 아래에서 오히려 더 짙은 고독을 느끼는 이들에게, 때로는 무거운 침묵과 서늘한 어둠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곤 하니까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떠밀려 억지로 마음의 꽃을 피워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낡은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당신의 잔혹했던 봄도 언젠가 소리 없이 녹아내리기를. 저는 이 막막한 골목 어귀에서 그저 조용히, 당신의 해빙(解氷)을 기다리겠습니다.
Hakanai coffee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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