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구분할때 단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mz이다. 하지만 정작 mz 세대는 자신들이 mz라고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조차 자신을 고유한 명사로서 정의하려는 mz의 성향으로 묶여진다. 예전처럼 영남사람(지역)이나 X세대(나이), 오렌지족(재산) 등의 선천적 특성의 집단 속 일원으로서 개인을 바라보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mbti부터 퍼스널 컬러까지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네이버 블로그부터, 인스타그램 스토리까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아카이빙하며 고유한 ‘나’만의 세계를 갖기 위한 노력은 일상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초개인화 시대가 이미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플랫폼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추천은 이제 OTT 서비스부터 SNS, 배달 앱까지 모든 서비스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의 선호를 고려하여 짜여진 TV 편성표는 이젠 6,70대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활동로그를 통해 세분화된 개인은 플랫폼 기업이 맞춤형 광고를 집행하며,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클릭수라는 명확한 광고 평가지표는 광고주가 더 쉽고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도록 도왔다. 또 플랫폼들은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인플루언서의 영상이나 게임, 설문 등의 참여형 광고를 통해 광고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기능을 제공하며 광고 효과를 극대화해가고 있다. 애플이 ATT 등을 통해 쿠키 기반의 사용자 활동추적을 제한 것은 플랫폼이 고객 맞춤 기능을 더욱 정밀하게 설계하도록 하였다.
이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단번에 스타로 부상하는 흐름은 지났다. 모든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은 다양한 SNS를 기반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탈중앙화된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자들이 BTS와 같은 스타가 될 수 있다. 또 중요한 점은 개인화라는 것이 그룹에 속하지 않으려는 성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어울리려는 흐름은 더욱 강해져 가고 있다. 이것은 집단의 특성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집단과 관계는 SNS를 통해 재정의되었다. SNS의 발달로 인적 네트워크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더 광범위해지고 빨라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한번도 대면한 적 없는 사람과도 유대감을 지니며,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그룹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얕은 네트워크는 기존의 인간관계를 많이 변화시켰다. 혈연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쳐있던 네트워크는 이제 더 느슨하고 넓은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였다. 넓고 얕은 네트워크가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실패의 리스크를 낮추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현대의 많은 사람은 메일을 한번 주고 받거나, 이름만 아는 사람과 맞팔로우 정도를 주고받는 빠르고 가벼운 관계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어필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긴 무척 어려운 세상에 와있다. 그래서 부캐와 같은 명확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가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바이럴이 일어나는 것이다. 집단과 사회가 정의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포토샵과 프로필, SNS 게시물과 해시태그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을 글로 포스팅하는 나의 행동또한 개인화의 한가지 예시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초개인화와 미래에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까지의 개인화는 결국 혼자있는 물리적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현상과 같은 것이었다. 개인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직접적인 사람과의 접촉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며 집단이 정의해주지 않는 ‘나’에 대한 정체성과 특성을 찾고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의 VR, AR 기술을 통해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많은 제조 생산 부문이 자동화되면 결국 사람들은 더 적은 시간 일하고 더 많은 개인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인구가 증가하여 100억명 대에서 안정화 된다고 하여도 이상기후로 인해 인간이 생존 가능한 지역이 줄어들며 결국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소유하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공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넷 공간 혹은 VR 기반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람들은 소통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VR 기기를 통해 시스템은 탈중앙화되어 온전히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소유하며 통합된 서비스를 소비하는 web 3.0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탈중앙화는 금융은 물론이고 의료 및 생활의 전방위적인 부문에서 이루어져 국적과 문화에 제한받지 않고 거래하고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플랫폼을 소유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지배계층과 소비만 하는 피지배계층간 빈부의 격차는 또 하나의 신분 사회를 방불케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시스템의 탈중앙화가 더욱 굳건한 자본과 권력의 집중을 촉진 시킨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에너지와 바이오, AI와 로봇 자동화 분야에서 더 강력한 생산능력을 지니게 됨으로써 기술 친화적이지 못한 집단과 개인은 더 강력한 계층 구조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신분에 따른 개개인의 생산능력 차이가 크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미래사회에는 기술을 점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명확하여 시위나 쿠데타 등을 통한 피지배층의 결집 효과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고 개인이 습득해야 할 정보는 더욱 어려워지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배우는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