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3,000m급, 산악 트레킹 이야기!
▶ 프롤로그(Prologue)
북알프스는 - 일본의 히다 산맥에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들 10여 개가 포함되어 -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 산맥은 일본에서도 가장 험준하고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등산과 트레킹 곳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시작부터 왠지 모르게 더욱 기대가 크다. 그 명성에 걸맞게 산행이 시작되는 낮은 고도에서는 봄과, 여름의 녹음(綠陰)을, 고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20년 만의 절정을 이뤘다고 하는 황금빛 단풍의 풍경에서는 가을의 정취(情趣)를, 정상 부근에선 올해 첫눈과 함께 언제부터 쌓였을지도 모르는 만년설의 겨울 설경(雪景)을 마음껏 볼 수 있었으니, 북알프스 등반 한 번에 4계절을 오롯이 느껴보는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을 해본다.
산이 워낙 높다 보니, 그 높이에 따라 자연이 보여주는 얼굴도 달라지는데, 먼저 1,000m 고지에서는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돌, 녹색의 고산식물과 이름 모를 야생화, 고사목이 투영되어 비치는 맑은 호수와 아름다운 오솔길이, 2,000m 고지에서는 영롱한 무지개와 에메랄드빛의 유황 온천, 자작나무 군락과 멀리 펼쳐진 알프스 산봉우리들을, 3,000m 고지에서는 멀리 후지산과 북알프스의 상징인 뾰족한 봉우리들이 보여주는 웅장한 산세의 파노라마, 산봉우리에 걸려있는 일출과 그 아래 펼쳐지는 구름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고지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북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세는 지금 생각해도 자연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아름다운 북알프스 속으로 우리가 간다! 내 인생에 첫 3,000m급 산악 트레킹이다. 그 산속에 우리들의 발자취가 시작이 된다!!!
▶ 일본의 북알프스 트레킹(3,180M) 이야기 (Main Story)
○ `08년 10월 5일(일) 일본 여행 첫째 날
- 1일 차 <인천국제공항 - 도야마국제공항 - 구로베 - 무로도(2,450m)>
06시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니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승객이 많다. 평일에 이 정도니,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해외여행자가 참 많은 것 같다...^^;;;
06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환전 및 티켓팅, 수화물을 부치고 면세점을 이용하니 벌써 출발시간이 빠듯하다. 간단하게 시바스리갈 한 병을 끝내고, 아시아나 공항 비행기에 탑승!
09시 15분. 드디어 고대하던 일본으로 출발^^ 비행기가 달릴 때와 뜰 때는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 신이 난다. 도야마로 향하는 비행기 창밖에 흰구름과 푸른 하늘, 따사로이 스며드는 아침햇살이 참으로 포근하다. 비행고도 10,000여 미터, 비행속도가 1,000km/h가 넘으니 맛깔스러운 기내식과 음료로 하이네켄 맥주가 감질나게 나온다. 이른 아침 허겁지겁 나오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고,
10시 40분. 드디어 일본 도야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일행 중 한 명이 빈양주병 대신 새양주가 담겨있는 짐을 바꿔 들고 와 스튜어디스가 쫓아오는 작은 해프닝(사실은 스튜어디스가 짐을 잘못 준거라고 뒤늦게 밝혀졌지만^^;)을 시작으로 우리의 일본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1시 25분.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도야마라는 곳이 70%가 산이며, 인구가 40만 정도라고 하니, 산속에 묻힌 도로는 마치 우리나라의 강원도를 연상시킨다. 일본 전통가옥과 함께, 운전대가 우리나라와 반대이고, 중앙선이 흰색 점선으로 되어 있는 곳이 있다는 게 특이하다.
12시 15분. 우나즈키 역에 이르니 산도 높고, 계곡의 물이 정말 깨끗하다. 상쾌한 공기를 몸으로 느끼며 점심으로 준비된 도시락을 열어보니 일본에서의 첫 식사답게 정갈하니 입맛에 맞다.
12시 50분. 일본 제일의 V자형 협곡인 구로베 협곡행 도루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양옆이 개방되어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열차는 마치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를 연상시킨다. 눈아래 시원하고 맑아 보이는 계곡과 양옆으로 솟아오른 산세, 산내음을 물씬 느끼게 하는 협곡 열차! 높은 산속을 달리는 열차라 서늘한 청량감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 높은 산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폭포수와 깊은 계곡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에메랄드빛 강물, 그 강물 위로 원숭이들이 지나갈 수 있게 만들어진 작은 다리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13시 50분. 가네쓰리 역에 정차하여 만년설 전망대를 오르니 숨이 막히는 높이의 절벽과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이 경이롭다. 여름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구로베 만년설이 여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그 경치를 두고 어찌 그냥 갈 수 있으랴? 버튼을 누르면 금방 따뜻해지는 일본 사케 한잔에 은은하게 취한다. 작은 캔 하나에 400엔이지만 워낙 물가가 비싼 나라라 일본 물가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14시 20분. 가네쓰리역을 출발하니 워낙 고도가 있는 곳이라 살짝 춥다고 느껴진다.
15시 10분. 우나즈키 역으로 다시 돌아와 아사히 캔을 하나씩 먹으며 버스에 탑승. 현재 일본에 교환 학생으로 유학 중인 대영이가 없었다면 현지 물건 구입 등 말이 안 통해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근데 내일까지만 있다고 해서 살짝 걱정이 앞선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아(그렇다고 또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진작 일본어 공부를 해두지 않은 게 새삼 후회가 된다. 15시 40분이 지나자 비가 꽤 오고, 은근히 내일부터 시작되는 다테야마 트레킹에 걱정이 앞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일본의 전통 가옥은 지진의 영향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건물들이 낮은 게 참 아기자기하게 지어져 있고, 서서히 비가 그치면서 자욱하게 안개가 낀 주변의 산세는 계속해서 시원하게 이어지는 계곡과 더불어 상당히 운치가 있다.
16시 50분. 다테야마로 들어가는 게이트 통행료가 200,000만원? 18시 이후에는 통행 자체가 안되며 통행료 자체를 비싸게 받아 산을 보호하는데 쓰려는 일본의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산과 사람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른 생각의 차이가 아닐까? 계속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중부산악국립공원은 마치 구름 위를 통과하는 기분이며,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 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는 자뭇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8시. 눈터널로 유명하다는 무로도에 이르니 2,450m라는 놀라운 고도가 우리를 반긴다. 다테야마 트레킹을 위해 1박 2일의 배낭을 꾸리고 나머지는 버스에!
18시 55분. 다다미가 깔린 일본의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인 라이쵸소 산장에서 짐을 풀고, 저녁 및 온천욕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친다. 맛깔스럽게 세팅된 롯지식 식단도 마음에 들고, 성냥향이 물씬 풍기는 유황온천에 몸을 푹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아늑한 산장 휴게소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꿈나라로...zzz
○ `08년 10월 6일(월) 일본 여행 둘째 날
- 2일 차 <다테야마 - 다카야마 - 가미고지>
05시 30분. 잠깐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다. 기상과 동시에 들리는 빗소리가 심상치 않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창을 여니 내리는 비와 함께 자욱하게 밀려 올라오는 유황 연기를 머금은, 창밖 풍경이 장관이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한기가 꽤 느껴진다.
06시 30분. 산장 뷔페식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마치고, 비로 인해 오늘의 일정 관련 회의를 갖는다. 산에서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에, 비를 맞으면서 무리하게 다테야마 트레킹을 강행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진다. 원래 코스에서 많이 줄인 트레킹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08시 15분. 비록 하루 동안이었지만 정든 산장을 뒤로하고, 트레킹 시작! 웅장한 산세로 한껏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산이지만 강풍을 동반한 비로 인해 걷기에 상당히 힘이 든다. 좌측으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우측으로는 유황천이 구불구불 지나가는 산길이라, 비로 인해 주변의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사뭇 아쉽다. 땅속에서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유황가스 구간 및 내리는 비를 그대로 머금는 유황 온천이 참 인상적이다.
08시 45분. 지협곡을 통과해 평탄한 산행길을 지나니, 마치 천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연못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당히 멋진 경관인 이곳을 금방 지나가게 만드는 빗방울들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비가 많이 와 신발을 비롯, 옷이 모두 젖으니 일본에서의 고생이 말이 아니다. 고국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갑자기 그리워짐은 나만의 생각일까?^^;
09시. 다시 무로도(2,450m)에 도착해 구불구불 산길을 버스로 이동! 2,000m 이상의 고도라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형형색색의 단풍과 비를 머금어 한결 싱그러운 녹색빛을 뿜어내는 나무들, 산중턱에 걸린 구름의 절묘한 아름다움에 이런 곳이라면 평생을 살아도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12시 30분. 산장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에 일본 청주인 사케로 몸을 데우고,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긴다는 히다 다카야마로 방향을 잡는다.
14시 20분. 일본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다카야마는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북알프스가 에워싸고 있으며, 400년 전 격자형으로 형성된 시가지는 작은 교토라 불린다고 한다. 자그마한 미술관과 양조장, 향토 음식, 정통 공예품등을 구경하며 한잔에 150엔 하는 청주도 한잔 시음해 본다. 대장님의 "It`s 꼬뿌!" 한마디를 알아듣는 일본 상인의 재치는 참으로 놀랍다^^; 인력거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컷 찍고,
15시 25분. 버스에 탑승해 내일 본격적인 북알프스 등반의 출발지인 가미고지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조경과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가옥,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가 참 인상적이다. 16시가 넘자 가미고지가 코앞이다. 현재까지도 일차선 도로를 고수하며 도록 확장을 하지 않는 데는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하니, 이런 점은 우리도 배워야겠다. 대정리라는 큰 연못을 지나,
16시 30분. 안개 자욱한 산세와 상쾌한 산내음이 느껴지는 가미고지 터미널에 도착해 우선 짐을 트럭으로 보내고, 그새 정이든 대영이를 보내니 금세 한 시간이 지나간다. 여행 시 필요한 간단한 일본어도 가르쳐주고, 일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많은 도움을 줬던 대영이라 서운한 마음이 많이 앞선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산길이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참 아늑해서 마치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고, 길 옆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과 어우러진 산죽들이 매우 싱그럽다.
17시 30분. 산장에 도착해 저녁으로 일본식 돈까스를 먹고, 기대해 마지않았던 캠프 파이어^^*
장작과 일본산 삼겹살을 거금을 주고 구입해 타오르는 불속에서 익혀 먹으며, 소주 한잔에 이야기 꽃을 피우니 얼큰히 취한다. 산노래와 닝기리춤에 즐거움을 더하면서 일본에서의 둘째 날도 잘 마무리된다. 비로 인해 고생도 많았지만, 내일 있을 본격적인 북알프스 생각에 더욱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 `08년 10월 7일(화) 일본 여행 셋째 날
- 3일 차 <가미고지 - 요코오 산장(1,615m) - 야리사와 롯지 - 야리가다케(3,180m)>
06시. 기상과 함께 본격적인 북알프스 산행의 첫날이 시작된다. 일본에서 가장 등반성이 높다는 명산인 만큼 기대감이 많이 앞선다. 간단한 샤워 후,
07시 30분. 가미고지에서 이번 일본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북알프스 등반이 시작된다. 2박 3일의 산행짐만 챙겨 울창한 숲속길을 한참 걷는다. 좌측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정말 맑고 키 아래 산죽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좌측으로 울긋불긋 단풍이 올라온 산세도 멋있고, 산 중턱에 걸린 안개와 넓은 계곡에 간간히 고사목도 인상적이다.
08시에 이르니 명신당이란 곳에 이른다. 생맥주가 유명한 곳이라 간단하게 한 모금 하니, 서서히 날씨도 좋아지고, 하나에 200엔 하는 사과를 10개를 사서 각자 배낭에 넣는다. 잠시 휴식 후 다시 울창한 산림욕 길을 걷는다.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지만, 넓은 계곡은 참 시원하고 맑은 느낌이다. 울창한 원시림을 오가며 "오하이오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아 덩달이 기분이 좋아진다.
09시 05분. 빙벽이라는 유명한 소설을 집필한 곳인 도쿠사와 산장(1,520m)에 이르니 넓은 잔디밭에 텐트 치고 야행하는 사람도 종종 보이고, 이곳은 특이하게 물 한 모금 마시려면 열나게(?) 펌프질을 해야만 하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역시 우리도 별 수 없이 펌프질을...^^;;; 잠시 휴식 후 한 시간여 더 걸어,
10시 10분. 요코오 산장(1,615m)에 이르니 산 위에 눈이 보인다. 북알프스 정상인 오쿠오다케로 가는 지름길인 커다란 교각도 보이지만, 우리는 능선 종주가 목적이라 20여분 휴식 후 주능선으로 붙는다. 높은 고도를 오르기 전 준비 과정일까? 작은 소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이 기가 막히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가벼운 산행이 이어지고 경치가 좋은 계곡 앞에서 잠시 쉬면서 여유를 가져본다. 알탕하기 좋은 곳이 그렇게 많지만, 일본에서는 계곡에서 발조차 담그는 것이 금지되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하염없이 평탄한 길을 걷는다.
12시. 야리사와 롯지에서 준비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산행이라 밥맛이 꿀맛이다. 그 좋은 경치를 두고 더 맛난 밥과 한잔 소주가 들어가니 기분이 그만이다. 이곳은 쓰레기통에 재활용품만 버릴 수 있어 나머지 쓰레기는 그대로 지고, 12시 50분, 다시 출발!
단풍이 참 멋있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할 무렵, 야리사와 옛날 산장터(2,020m)에 이른다. 무슨 용도인지 모르는 돌벽과 함께 산행의 피로를 씻어줄 약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높은 바위 사이로 단풍도 참 멋있고 높은 산에서의 바람도 참 시원하다. 주변 산세가 웅장한 게 북알프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좌측으로 코발트 빛 계곡물이 정말 맑고 투명하게 흐르고, 이 아름다운 물소리를 벗 삼아 참 운치있는 산행이 이어진다. 어느 정도 고도에 이르자 오르막 경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걷다가 목이 마르면 바로 근처에 흐르는 계곡물 한잔에 다시금 힘을 내어본다. 고개를 돌리니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이고 예쁜 단풍과 계곡 소로가 참 아기자기하게 예쁘게도 펼쳐진다.
14시 10분. 계곡을 바라보며 경치 좋은 곳에서 한숨을 돌리는데 역시 웅장한 주변 산세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고도가 높아 잠깐 쉬어도 금세 추워지니 역시 이곳이 북알프스인가 보다. 산세가 높아 산행길 좌측은 마치 눈썰매장을 연상시키듯 지속적으로 아래로 이어져 있고, 만년설로 유명한 북알프스 답게 곳곳에 설산이 눈에 보인다. 자욱하게 올라오는 산안개(gas)와 더불어 낮은 소나무, 바위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마치 공룡능선을 연상시키는 너덜지대를 하염없이 통과하는데, 행여나 산행길에 길을 잃어버릴까, 곳곳에 길을 알려주는 표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16시 30분. 오늘의 숙소가 눈앞이다. 3,000m에 이르니 체력 소모도 많고, 숨쉬기도 평소와 다르게 많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2,400m부터 고소증상이 시작되고, 3,000m부터는 본격화되기 시작한다는데, 내 인생, 머리 털나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첫날이라 적응이 쉽지가 않다. 눈에 보이는 곳을 오르는데 쉬는 횟수가 잦아서 그런지 거리가 줄어들지 않은 것 같고, 목적지에 도착하기가 그렇게 힘이 든다. 춥고, 몸은 평소보다 힘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시나 고도가 높은 곳이라 조망은 기가 막히다.
17시 30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야리가다케 정상(3,180m)에 오른다. 그렇게 높고, 그렇게 힘든 곳에 오른 만큼 보람은 그 무엇에 비할바가 아니다. 간단하게 휴식을 취하고, 야리가다케에서의 경치를 감상하니, 고생한 만큼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태양열을 주 전원으로 한다는 이곳 산장에서 18시에 저녁을 먹고, 고소적응 첫날이라 일부는 바로 취침(물론 나도 포함^^;) 일부는 한잔을 더하고 다음날 등반을 대비한다. 3,000m급에 산장이 있다니... 문제는 산장에 누워도 공기가 희박하다는 이질적인 느낌으로 일본에서의 셋째 날이 지나간다.
○ `08년 10월 8일(수) 일본 여행 넷째 날
- 4일 차 <야리가다케(3,180m) - 야리사와롯지 - 가라사와고야(2,350m) - 호다까산장(3,000m)>
05시 50분. 기상과 함께 느껴지는 건 밤사이 내린 눈과 함께 쌀쌀한 기온이다. 본격적인 북알프스 등반 둘째 날 3,000m급 고도에서의 탁 트인 조망을 느끼며 능선 종주 예정인데, 길이 험해 밤사이 내린 눈으로 계획된 등반이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07시.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고 출발! 야리가다케 정상 부근 바위에 흰 눈이 하얗게 덮인 절경이 장관이다. 낮은 고도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세계절을 느끼고, 정상 부근에선 올해 첫눈과 함께 겨울을 느끼니, 북알프스 등반 한 번에 4계절을 모두 느끼는 신기한 경험을 해본다. 일본에서의 첫눈이라... 10월 초라 눈에 대한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는데, 정상 부근 길이 험한데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길까지 미끄러워 종주로 우회를 결정! 어제 그렇게 힘겹게 올라왔던 고도를 다시 떨어뜨린다. 바위에 쌓인 눈이 미끄러워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 많지만, 다행히 어제 잠을 많이 자고, 고소에 대한 적응도 되어 몸은 한결 가뿐한 느낌이다. 지나는 길뒤로 야리가다케 정상의 눈 덮인 바위 봉우리가 뾰족하게 하늘을 찌를 듯 사뭇 위엄이 있다. 어제 힘들게, 고소를 살짝 느끼며 한참을 오른 길이건만, 내려가는 길은 금방이다^^; 다행히 하산하는 길엔 날씨가 화창하여 산행에 대한 부담도 한결 수월하다. 북알프스 산길의 돌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보랏빛을 풍기는 은은한 연적색의 돌이 가장 예쁜데, 왠지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하나정도는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제처럼 녹색과 연두, 주황, 노랑, 빨강 등의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산세가 정말 수려하고, 그 높은 경사의 길 오른쪽은 마치 넓은 평야를 연상시키듯 규모가 웅장하다. 이른 아침이라 이슬을 머금은 풀들이 참 싱그럽고 정말 다양한 색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북알프스에 다시 한번 놀란다. 중간중간 계곡물에 목도 축이고 경사가 많이 완만해지는 걸 보니, 고도도 상당히 떨어진 느낌이다.
08시 55분. 야리사와 옛 산장터(1,990m)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야리사와롯지를 지나니 수백 년은 묵었을법한 나무와 낙엽길이 우리를 반긴다.
10시 25분. 요꼬오산장(1,615m)에 이르러 북알프스 주봉인 오꾸호다까로 가는 지름길로 접어든다. 눈이 오지 않았다면 능선길로 이를 수 있는 길이건만, 올해 첫눈 덕에 다시금 고도를 높일 수 있는 영광(?)을 얻었으니 이 또한 북알프스의 복(?)이로다...! 커다란 나무다리를 지나는데 엄청 흔들린다. 눈아래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한눈에 들어오니 참 시원하다. 평탄한 산림욕길이 이어지지만 새벽에 내린 눈이 녹아서 그런지 땅이 많이 젖어 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얼마나 오랜 세월 이 산을 지켰을지 모르는 고사목도 많이 보이고, 나무 위에는 얼굴이 빨간 일본원숭이 두 마리가 맛깔스럽게 열매를 따먹는 광경도 눈에 들어온다. 산에 다니며 보는 원숭이가 첨이라 이 또한 신기하다. 이 좋은 산속에서 멋진 경치를 하염없이 보며 살아가는 녀석들이 새삼 부럽게 느껴진다. 수직의 절벽에 절정에 이른 단풍꽃도 아름답기 그지없어, 나도 이 원숭이들처럼 이곳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흔들 다리 위에서 그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11시 45분.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금일 일정이 촉박하여 시간이 없지만, 한국 사람은 잘 먹어야 힘을 쓰는 법! 산장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에 한국 특제 된장국을 끓여본다. 아~ 잊을 수 없는 이 고향의 맛이여! 계곡에 발조차도 담그지 않는 일본이라 맛난 된장국물은 수통에 담고, 건더기는 모두 뱃속에 담고... 휴지로 간단히 정리한 후 12시 35분. 다시 출발!
저 멀리 구름에 가려진 봉우리가 오늘 올라가야 할 길이라... 새벽에 눈이 오지 않았으면 능선길로 갔을 길인데, 한번 떨어뜨린 고도를 다시 올리려니 남은 길이 높고도 멀다^^; 단풍철이라 우리 팀 이외에 등산객이 많아 산행길 진행이 많이 더디다. 돌계단을 계속 오르면 산장 사이에 텐트 사이트 등 야영지가 잘 꾸며져 있고, 구름에 가려진 수십 개의 봉우리 아래 만년설은 그 오랜 시간만큼이나 신비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4시 15분. 가라사와고야(2,350m)에 이르고 멋진 경치를 내려다보며 생맥주 한잔씩! 높은 산장이라 평소에도 비싼 일본 물가이지만, 거의 배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절경을 안주삼아 먹는 맥주맛이라 그 맛은 비용이 아깝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이제야 그 많은 등산객과 사진작가들이 모여든 이유를 새삼스레 알 듯하다. 바닥엔 어느새 진 낙엽들이 수복하고, 좌측의 만년설은 가을과 겨울의 계절을 가늠할 수 없게 하고, 2,500m를 지나자 산안개가 자욱이 산중턱에 걸릴 정도로 시야가 탁 트이는 게 높은 고도감이 느껴진다. 지속적인,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너덜지대 오르막을 오르니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쉬 숨이 차는 게 호흡 조절의 중요성을 다시금 몸으로 느낀다.
15시. 바위에 기대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다. 눈아래 펼쳐지는 만년설과 단풍, 너덜바위들이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치가 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산안개와 더불어 일품이다. 좌우 사면이 끝이 안 보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져 있고, 까마득한 아래는 산안개에 가려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산장까지 마지막 봉우리는 쇠줄, 사다리 등 거의 암벽 수준의 릿지(ridge)를 방불케 한다. 여기저기 얽혀 있는 돌들이 많은 너덜지대라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낙석의 위험이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철탑을 지나자 드디어 금일 우리의 보금자리인 반가운 산장이 보인다.
16시 40분. 오다까산장(3,000m)에 이르니 북알프스 주봉인 오꾸호다까가 코앞에 보인다. 철사다리와 경사가 급한 오르막 등 산장에서 보는 정상의 위용이 대단하다. 내일의 등반을 위해, 그리고 오늘 고생한 대원들끼리 신나게 하이-파이브!
저녁 식사 전까지 아늑한 난로가 있는 곳에서 소주+맥주+위스키의 폭폭탄주가 제조가 된다.원래 능선길 등반을 우회하여 거리상 2배 정도의 등반을 했으니, 폭폭탄주도 약하지 않을까?^^;
17시 40분. 가장 높은 곳에서의 저녁이라 메뉴가 좋다. 맛나게 식사를 마치고 지나온 길을 회상하며 산장 밖으로... 해가 떨어진 산장은 운무가 자욱하니 유난히 운치가 있고, 돌로 만든 테이블과 돌의자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멋진 조망을 한결 돋운다. 다시 우리 방으로! 산에서 쓰는 용어를 딴 방이름이 참 정감이 간다. 우리 방은 검악! 오꾸호다까 산악 비디오를 잠시 보며 식사 후 뒤풀이로 일본 사케를 한잔 하고,
20시 15분. 취침... 잠결에 들리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이 정도 고도에서 1박 3식에 1인당 9,600엔이면 과연 비싼 건지, 저렴한 건지... 이런저런 생각 속에 스르르 잠이 든다.
○ `08년 10월 9일(목) 일본 여행 다섯째 날
- 5일 차 <호다까산장(3,000m) - 오꾸호다까다께 정상(3,190m) - 다케사와 산장(2,180m) - 가미고지(1,505m) - 히라유>
05시 10분. 이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게 제법 익숙하다. 고도가 높아 구름이 아래에 있고, 그 흰구름 위로 해가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이 장관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에 버금가는 북알프스의 일출을 보게 되었으니 일본에서의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간다.
05시 30분. 날계란에 간장을 비벼(생각보다 맛이 있음) 이른 아침을 마치고,
06시 10분. 드디어 북알프스 주봉인 오꾸호다까다케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3,000m 이상이라 오를수록 웅장한 스케일에 절로 감탄이 나오며,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쇠사다리와 쇠줄의 도움으로 한 걸음씩 다리에 힘을 실어본다. 이른 아침이고, 고도가 높아 숨쉬기가 불편하고, 날씨가 춥자고 느껴진다. 멀리 어제 지났던 야리가다케와 호다까 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돌탑 및 이정표를 2개 지나니, 드디어!
06시 50분. 오꾸호다까다케 정상에 오르니, 해발고도가 무려 3,190m나 된다. 멀리 구름 위로 솟아오른 후지산도 보이고, 역시 북알프스 최고봉답게 정상에서의 조망이 기가 막히다. 작은 산신각 아래, 돌비석이 새워져 있고 군데군데 기념돌탑도 간간이 눈에 보인다. 준비해 온 태극기와 서대문구기를 배경으로 "이곳에 우리가 왔노라~!" 기념사진을 찍고(원래 북알프스 정상에서 기념촬영 시 단체복을 준비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하고 날씨가 추워 막상 단체복은 활용하지 못했다는...^^;), 내려가야 할 길이 멀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을 준비한다.
구름 위에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눈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가 참으로 신기하다. 조금만 걸어가면 그 구름 위에서 신선 노릇을 한번 해볼 만할 텐데, 하산길이 만만치 않아 차마 신선이 될 시간을 허락치 않는다. 햇볕이 따뜻한 곳에서 추위로 정상에서는 미처 마시지 못한 정상주를 한잔 하는데, 고도가 얼마나 높은지 저 아래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마치 풍선들을 보는 듯하다.
08시 30분. 2,900m 전망이 좋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내리막이 급경사 바윗길이라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 유난히 많다. 바위 사이로 낮게 자란 소나무들과 단풍, 눈아래 구름, 파란 하늘이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
09시 10분. 2,600m 고지는 영롱한 무지개를 보여준다. 산에서 무지개라니... 구름 사이에 피어난 그렇게 멋지고, 가까이 본 무지개는 평생 처음이다. 산안개 사이로 피어나는 무지개도 정말 운치가 있고, 계곡길 위로 만년설 및 북알프스의 절경이 내려가는 길을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
10시 30분. 2006년에 설해로 완전 붕괴되어 터만 남은 다케자와 옛 산장터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산장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에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된장을 몽땅 투입해 곁들인 된장 라면이 별미다. 돌테이블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웬 산림감시원이 등장?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오는 일본의 산림감시원의 직업 정신에 감동(?)하여 유난히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다시 하산.
이른 점심 후부터는 완만한 하산길이라 한결 부담이 덜하다. 고도가 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무들의 높이는 높아져 우거진 관목과 낙엽길이 이어지는데, 특이하게도 이쪽 계곡은 물이 다 말라 폭이 넓은 계곡에 흰색 바위들만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다.
12시 45분. 날씨가 점점 더워지지만, 바위에도 이끼가 낄 정도의 울창한 원시림과 향긋한 산내음은 더운 날씨와 산행의 피로를 잊게 만들고, 자연경관을 잘 보존하려는 일본의 지속적인 노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계곡 따라 소나무 향을 느끼며 한참 이어지는 산죽길을 지나,
13시 10분. 가미고지에 도착. 우리나라의 설악동처럼 이곳에 이르니 수많은 등산객들의 활기찬 얼굴이 보인다. 하산 기념으로 시원한 생맥주 한잔씩 마시고, 가미고지 터미널로 가는 푸른 계곡 앞에서 다시 한번 북알프스의 정경을 음미해 본다. 우거진 침엽수림과 산죽길을 따라 여기서도 일본원숭이들의 놀이가 한창이다.
13시 50분. 가미고지 터미널에서 14시 차를 타고 히라유로 출발! 물건을 실을 때 한 사람이 실으면, 잠시 기다렸다가 그다음 사람이 싣고, 버스 탑승 시 앞자리부터 순서대로 착석을 하는 모습, 통로에 보조 의자가 있어 자리가 모두 차면 뒤에서부터 보조 의자를 펴는 일본의 문화를 다시금 엿볼 수 있다. 산속에서의 3일 동안 씻지 못한 몸이라 히라유 온천단지로 가는 이 버스가 유난히도 정이 간다.
14시 35분, 히라유에 도착하고, 5분여 걸으니 오늘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나카무라 칸이다. 일본식 다다미방에 주위 산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고, 깔끔한 숙소라 정말 마음에 든다. 우선 간단하게 짐정리를 한 후, 3일 동안 산속에서의 피로를 히라유 온천에서 제대로 풀어본다. 산이 보이는 야외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긴 후 일본 정통 가운인 유카다를 입고 간만에 즐기는 자유 시간! 1층 정자에서 족탕을 즐기며 맥주 한잔, 산행 이야기에 금세 저녁 시간이 된다.
18시. 저년은 일본 전통식이다. 다다미 방에서 유카다를 착용하며 먹는 저녁은 일정 중 가장 맛이 있게 느껴진다. 식사 후 다시 야외 정자에서 맥주 한잔~ 인공폭포와 작은 연못이 있는 정원이 참으로 운치가 있다. 따뜻한 물이 어디든지 제한 없이 솟아난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숙소에서 못다 한 뒷 이야기들과 일본에서의 여행 이야기로 저물어 가는 하루가 너무나 아쉽다.
23시 55분...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쉬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며... zzz
○ `08년 10월 10일(금) 일본 여행 마지막날
- 6일 차 <히라유 - 나고야 성 -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 인천공항>
06시 기상!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일본 방송을 보면서 잠을 깬 후 간단히 샤워. 07시 소박한 아침 식사 후 버스 탑승하나 08시가 막 지난다. 체크 아웃 시 방에서 먹은 위스키와 맥주 한 병이 빠져서 계산이 되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냉장고에 부착된 전자칩을 신봉하는 일본이라 믿지를 않는다. ㅋㅋ 하여간 우리로선 경비가 굳은 셈이므로, 더 이상 실랑이(?) 없이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 나고야로 이동! 높은 산아래 옹기종기 마을들, 구불구불 도로를 지났는데, 여행 마지막 날이라 소주 한잔 생각이 각별하다. 평소 좀 아껴먹을걸... 배낭을 톡톡 털어도 그 많이 가져왔던 소주 한 병 나오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간 거니 TT 가이드님의 비장의 카드인 소주 500ml 한 병이 그렇게 감칠맛이 난다.
11시 20분. 나고야 한식당에서 오래간만에 한정식을 먹는다. 김치찌개와 한국 음식인 밑반찬을 곁들이니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맛나보다. 밥 한 그릇 뚝딱하고, 소주 한 병에 1,200엔이라(14,000원 정도) 차마 소주는 못 시키고, 대신 뜨끈한 일본 정종을 반주로 마셔본다. 음... 정종도 나쁘지 않군...ㅋㅋ
12시 20분.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나고야의 날씨가 무척 덥다. 마치 여름을 연상시키듯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점심시간엔데도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하나도 없고, 도로 자체의 폭도 좁게 설계가 되어 지정된 장소 외엔 불법 주차가 거의 불가능할 듯. 일본 시내로 접어드니 차량도 많아지고, 고유가 시대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이 눈에 뜨인다.
12시 35분. 도큐인 호텔 앞에서 잠시 내려 일본 거리를 걸으면서 쇼핑도 하고, 등산 장비점에서 필요한 장비도 몇 개 사본다. 생각보다 장비가 비싸 원래 계획했던 거의 반도 못 샀지만~ 하지만 구경은 아주 제대로 하고,
14시. 도쿄성, 오사카성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나고야성을 관광한다.
나고야성은 에도 막부를 창건한 도쿠가와이에야스의 도오카이로의 요새로 현재의 오사카 쪽에 대한 방비를 목적으로 1612년에 완성된 평지에 건축된 대표적인 성이라고 한다. 돌벽으로 구성된 성채 위에 나무로 지어진 규모가 큰 성곽인 나고야성... 방어를 목적으로 그 옛날 많은 물이 채워졌을 해자에는 잡초와 사슴, 까마귀들이 노니니 인생무상이 이런 건가 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긴샤치라고 하는데 마치 황금 잉어와 유사한 게 생긴 점이 특이하다. 지하 1층 및 지상 7층으로 되어 있는 천수각에 이르니, 갑옷, 일본도, 당시 생활도구 및 재현물 등 층별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 시간여 관광을 마치고,
15시. 바다를 매립해서 만들었다는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으로 출발! 50분에 도착해서 수화물 부치고, 면세점 등 이용하니 금세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된다.
17시 45분. 5박 6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일본 출국! 비행기가 이륙하니 3,000m급 북알프스의 절경과 친절했던 일본 사람들, 일본의 문화 등 새롭게 경험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19시 30분. 깜박 잠이 들었던지 눈을 떠보니 우리나라! 인천 국제공항이다^^ 5박 6일간의 일정을 다시금 돌아보며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반갑게 헤어진다. 2008년 일본 북알프스의 추억을 마음속에 담아두며...
해외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더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니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 그렇게 포근한 느낌이다. 낯익은 차들, 건물들... 익숙한 느낌! 역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선진국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보다 부강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 더 열심히 Fighting!!!^^
▶ 에필로그(Epilogue)
일본의 “북알프스”라는 명산과 그 산을 오른 산행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산을 내려와서 느꼈던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끝마치려 한다. 산에서의 트레킹과는 별도로 비슷한 듯 사뭇 다른 일본의 일상 풍경, 이국적인 분위기,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설렘들은 자연스레 우리나라와 이질적인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일본의 산행문화는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내려가는 사람이 산행길 한쪽길로 길을 비켜서 준다. 오가며 "곤니찌와"~ "스미마셍"~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 맑은 계곡물에 발조차 담그지 않고, 산행에서 생긴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간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한국의 정서와 다르게 "아닌 건 아닌 거다"라는 의식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모르고 담배꽁초를 버린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젊은 아가씨가 낯빛까지 바꾸며 지적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일본의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일본의 도로문화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확장을 하지 않고 한 개의 차선만 고수하는 곳에서 큰 버스가 먼저 진입한 승용차를 위해 후진해서 기다려줄 정도로 여유가 있다. 사람이 없어도 신호를 철저히 지키며, 고속도로에서 규정된 속도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셋째로, 일본의 교통문화를 살펴보면 대중교통 이용 시 앞 좌석부터 순서대로 자리를 채워나간다.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도 결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우왕좌왕하지 않고 한 사람씩 순서대로 짐을 싣는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당장 승무원이 제지를 가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거리문화는 정말 길가에 쓰레기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집집마다 담이 없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정된 장소 외 절대 금연이며 화장실이나 공공시설물은 특히 청결하다. 오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며, 최대한 친절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상 한국의 온정적인 문화와 일본의 합리적인 문화가 결코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좋은 것은 지키고, 일본에서 배울 것은 취사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북알프스의 여운은 아직 식지 않았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기억에 생생하다. 내 두 발로 시작한 트레킹의 발자취는 손끝의 낡은 펜을 통해 글로 남겨진다. 이 글이, 산행의 기록이 누군가의 북알프스 산행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누군가 북알프스로 달려가는 한 조각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