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늘 Jan 27. 2024

나에게 소란글방이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살아온 삶을 책으로 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일상에서는 일기도 잘 쓰지 않는다. 좀 우습지만 글을 쓰기 위해 강제로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2023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으로 ‘힐링글쓰기’ 모임을 제안하고 구청에서 300만 원 예산 지원을 받아 주민 모임을 진행했다.

‘글쓰기’를 위해 모임을 추진했지만 나는 글쓰기보다 사람들 챙기고 교제하는 것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뭘 먹일까’ 간식을 준비하고 ‘어디 맛집으로 갈까’ 식당을 알아보았다. 정작 글쓰기는 마감 기한에 밀려 겨우 겨우 써내고 있으면서.


주민모임에서 몇 명이 티타임을 갖고 친해지고 있었다. 어떤 모임일까 궁금했지만, 이미 그룹이 형성된 거 같았고, 끼어들기엔 좀 늦은 느낌이었다. 시간 여유도 없는터라 패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써니님 전화가 왔다. 글쓰기 소모임을 하는데 함께 할 생각이 있냐고. 흐음^^ 반가운 소식! 어떤 모임인지 궁금했던 차에, 강제로?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케이! 했다.

첫 만남은 에셀 카페! 젖은 머리를 하고 그녀들을 만났다. 써니님, 미니퀸님, 이에나님! 이미 그들끼리 친해져 있다는 생각에 쭈볏쭈볏 동태를 살피게 된다.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써니님이 반겨주었다. 털털하게 툭툭 던지는 미니퀸님의 말투도 격식을 내려놓게 했다. 차분하고 수줍은 줄 알았던 이에나님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씩씩하게 챙기고 있었다. 그렇게 기대 반 조심스러움 반으로 키큰녀들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우리 모임은 다른 모임과는 다른 마력이 있다. 심리치료사인 써니님은 다 품어줄 듯 푸근하면서도 내밀한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해서 경계를 해제시켰다. 따뜻하고 안전한 양털 카펫 같아 고민을 자꾸 꺼내놓게 된다.


에너자이저 이에나님은 미간에 힘을 주고 눈을 반짝거리며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얘기한다. 통통 튀는 모습에 써니님과 박장대소한다. 오늘 당장 모험을 떠날 인디에나존스 탐험가 같다고 해야 할까!

미니퀸님은 초반에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낯선 세계를 조심조심 탐색하듯 브런치작가 되는 법, 전자책 쓰는 법을 하나하나 알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아우토반이 되어 요즘 겁나 달리고 있다. 브런치 글쓰기는 물론, 이에나님의 뒤를 이어 전자책을 출간했다. 멋쪄부려!!


여담이지만 아직 ‘미니퀸’이란 별칭이 입에 붙지 않는다. ‘미니’도 안 맞는 거 같고, ‘퀸’도 잘 모르겠다. 미니퀸님은 자신을 표현하는 동물을 독수리라고 했다. 그래! 독수리! 매서운 눈, 높은 곳에 홀로 있는 것 같은 위엄, 유유히 하늘을 나는 모습 등. 그런데 엄마 같은 따뜻한 독수리다. 어느 날 버스에서 노래를 녹음해서 써니님에게 준 적이 있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정체불명 이상한 독수리!

그렇게 서서히 소란글방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소란글방에서 늑장 부리는 말 안 듣는 막내같이 굴고 있다. 잘 나가는 선배들이 부러우면서도 부족한 글을 내놓기 부끄러웠다. 브런치작가 도전에 미니퀸님이 단박에 합격했는데, 나는 두 번이나 떨어졌다가 세 번째야 합격했다. 그것도 이에나님의 채찍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마워요, 하이에나!



나는 속내를 터놓고 얘기 나누는 곳이 거의 없다.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자!' 주의다. 그러다 보니 외롭고 힘겨울 때가 있다. 소란글방은 부족한 내 모습을 드러내도 걱정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처럼 편안하다. 돌진하고 싶은 분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쪼매만 기다려 줘~ 나도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어갈 테니!


소란글방 소란소란님들께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 알랍!


#글쓰기 #소모임 #안전한 #공동체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소란글방'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