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던 성희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하늘아~ 나 몸에 혹이 있대. 무서워~"
"무슨 일인데? 어디가 아픈데?"
걱정이 되어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보게 되었다.
"하늘아~ 나 어떡해? 괜찮겠지?"
말을 빙빙 돌려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오십이 되기 전부터 친구들이 한 군데 이상 아프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고, 자궁 적출을 한 친구가 두 명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변형된 친구도 있다. 나 또한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즘으로 약을 먹고 있다.
성희는 5개월 전에 무릎인대가 파열돼서 십자인대수술을 했다. 그래서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서만 한 달 이상 생활했다. 어쩌다가 오십 초반에 무릎 수술을 한 건지 속이 상했다. 집에서 잘 재활하고 지내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혹이라니! 자궁에 혹이 생겼나?
성희는 방광에서 10센티가 넘는 혹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악성으로!
방광암이었다!
수술로 두려움에 휩싸인 성희는 했던 얘기를 또 하면서 "잘 되겠지? 잘 될 거야"를 반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요즘 암은 노화의 하나래. 잘 될 거야!"
나도 오늘 산부인과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자궁에 근종이 여러 개 있어서 6개월에 한 번씩 변화 추이를 점검한다. 주변에서 물혹이나 자궁근종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생리가 끝나면 근종들도 없어진다고 해서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냈었다.
그런데 오늘 난소에 생긴 혹이 커졌다면서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자궁과는 다르게 난소에 있는 혹은 안 좋기 때문에 커지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슴이 철렁했다.
'나에게도 올 것이 왔나?' '친구에게는 그렇게 담담히 말하더니, 넌 어떠니?'
피검사, CT촬영을 예약하고 왔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아직 검사도 하지 않았고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았으니 '판단보류!'
예상치 못한 충격에 최소한의 타격을 받으려고 긴장, 숨을 멈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