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by 우공이

오늘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햇빛은 따사롭고,

공기는 청명하며,

온도는 적당하다.


이런 날엔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욱씬거리는

우리 집의 할머니도

나가고 싶어한다.


할머니는 고모집을 간다고 했다.

할머니에게 택시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할머니와 단둘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호탕하게 인사를 하시며

정겹게 나와 할머니를 반겨주셨다.


아무리 서로 간의 단절, 개인주의가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나를 반기고, 나의 가족을 반기고, 나의 세계를 반기는 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택시 기사님과 함께

뒷자석에서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고모네 집에 가는 길은

왜인지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


택시 기사님은 우리 할머니가 엄청 젊고 예쁘시다면서

나이를 곱게 드셨네~ 라는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할머니는 나이 드는 게 뭐가 예쁘냐면서 야유했지만,

내색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을

나는 할머니 입가에 번진 미소에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가족이라서, 가까운 사이라서

더욱 안 하게 되는 말을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 해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기사님의 다정한 말들에서 비롯되어서

할머니는 많은 말들을 했다.

나는 할머니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인지,

이렇게 고민이 깊은 사람인지,

이렇게 나를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기사님과 할머니의 대화 내용은

젊은 이에 속하는 내가 듣기에는

전혀 다른 세계 속의 대화 내용 같았다.


이 세계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서 힘들기만 하고 빨리 죽고만 싶다."

랜다.


사람들은 나이 들면 뭐하냐며, 자식들 힘들게 하지 말고 빨리 죽어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죽음이 무서워 탄단지를 챙겨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죽음은 무엇이길래

우리를 이렇게 모순적이게 만드는 것일까.


살아있는 우리로서는

절대 답할 수 없는

그 질문이

이렇게 화창한 오늘

택시 안에서의 그 다른 세계에서부터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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