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나답다.
쓰는 일을 하고 싶다. 쓰고 싶다.
무던히 만들어내고 싶다.
나는 오직 글자 앞에서 고뇌 앞에서
자유의 실마리를 찾아내곤 한다.
사랑도 배신도 사람의 속임도 부정하지 말고
다 사랑하자.
사랑 속에 자유와 기쁨과 웃음과 슬픔까지도
모든 감춰진 베일이
그 속에 있으니 알려하는 자는 사랑하자.
캐나다로 향하기 전 내가 다시 온다면 없을지 모르는
내 삶에 그리움으로 다가올 두 사람을
마음에 남겨놓는 심정은
오래된 애도의 통증으로 이젠 무뎌진 듯 보인다.
어쩌면, 나는 진정 웃을지 모른다.
나의 장편 시나리오 “파도”는 말 그대로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유영하는 듯 보인다.
내 삶에서 속속 나타나줄 때 전구를 킨 것처럼
내 손은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이내 한숨을 쉬며 다시 고뇌 속으로 날 빠트리지만.
오늘 이 모든 고뇌가
어쩌면 끝없는 애도에 닿아있다는 것을
한 청년의 죽음을 보며 나는 그 이야기를
끝마치겠노라 다짐한다.
어떤 이야기는 세상에 꼭 필요하다.
몇 년 전 10월 말 벌어진 그 일은
끝없는 애도에도 쉬이 사라지지 못하는 마음들로만
남아있기에. 나는 이 시나리오를 완성해야겠다.
나는 살기 위해 애도를 택했다.
애도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 청년처럼 나의 내일에서
뒤로 물러나 차라리 쉼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가장 처참한 어느 날, 아주 깊고 어두운 시절을 지나가며 나 또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불공정한 것에 대하여
대상 없는 분노를 외치며, 하나님은 없다 외쳤고
그럼에도 살아내야 할 의무 따위를 느끼며
성경을 읽어냈던 마음들은 단단한 기둥이 되어
오늘의 나를 지탱해내고 있음에도.
갑작스러운 유약한 마음들이 찾아오면 순간적으로 나는 죽음을 기억해내고는 한다.
그럴 때 내가 하는 것은 기도,
그가 날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억해 내는 일뿐이지만
결국 계속해서 살아내기 위해서 나는 애도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애도는 내 영화의 양식이고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