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아버님께서 소천하셨다.
오늘 새벽, 발인 예배에 참석하였다.
예배 후 운구를 위해 같이 참석한 지인들과 흰 장갑을 끼고 섰다.
목사님과 영정 사진을 든 손주, 상주가 앞에 서고,
운구를 위해 흰 장갑 낀 우리가 그 뒤에, 그리고 가족과 친지들이 마지막에 섰다.
식장에서 막 참관실로 출발하려는데 장례식장 보안팀 한 분이 출발을 지연시킨다.
식장에 남은 옷가지와 짐들을 모두 챙겨가야 한단다.
여기는 곧 청소하고 다른 팀을 받아야 한단다.
운구를 위해 겉옷과 짐들을 놓고 가려했던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결국 다른 지인이 우리 옷가지와 짐 모두를 들어주었다.
참관실로 출발하며,
문득,
지인이 들어주고 있는 나의 모직 외투와,
내 왼쪽 바지 주머니의 스마트폰,
오른쪽 주머니의 자동차키,
각종 카드가 잔뜩 들어있는 품 속의 장지갑...
모두,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정작 떠나시는 분은 사진 한 장으로 앞서가시는데,
남아있는 우리들은,
살아가는 우리들은 짐이 너무 많다.
이 새벽에도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정작 우리도 언젠가 빈 손으로 떠날 텐데,
살아갈수록 점점 더 많은 것들에 얽매여간다...
누구 말마따나 내가 그것들을 소유하는 것인지,
그것들이 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산골짜기 작은 움막에서,
법정스님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셨을까?
귀가하는 차 안에서,
나는
무소유 판권마저 소멸시키고 무소유로 떠나간 그분이 문득 떠올랐다.
가볍게 살고 싶다.
진심으로 가볍게 살고 싶다.
어느 겨울 새벽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