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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향기로 읽는 책 : 교보문고 북퍼퓸 '이런 시'

Branding dict.


문학은 어떤 향일까?


문학의 향을 찾기 위해 시작된 자화상의 북퍼퓸 시리즈

책을 읽은 뒤 연상되는 정경과 글을 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조향했습니다

향을 맡으며 문인과 당시 풍경, 작품의 화자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단순하고 즐비한 향이 아닌 최고급 프리미엄 등급의 향들만 담았습니다

문학이 우리의 마음에 주는 파동과

문인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문장들을 생각한 향수입니다





고등학생 때 국어 시간에 배운 공감각이라는 단어는 그 개념이 상당히 판타지스러웠다. 공감각은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색청'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공감각적 장애 역시 이에 해당한다. 색청을 예시로 들자면 소리를 들었을 때 눈앞에 색으로 나타나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꽤나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현상이다. 물론 실제 색청을 경험한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색 때문에 길거리를 걸을 때도 눈앞을 가리는 색 때문에 넘어지기 일쑤고, 구토, 멀미는 평생 가져야 하는 불편함이 될 만큼 마냥 로맨틱한 질환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공감각까진 아니더라도 사소하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종종 있을 거다. 길을 걷다가 공기의 냄새를 맡고 '곧 봄 오겠다. 봄 냄새나.'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다면 미미한 공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향기에서 특정 계절의 이미지를 불러오는 것도 후각이라는 감각이 시각이라는 감각에 전이되었으니까.


여러 감각 중에서도 유독 향기는 기억을 불러온다. 배우 정유미 씨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면세점에서 향수를 하나 구입해 여행 내내 뿌린다고 했다. 여행에 돌아와서도 그 향만 맡으면 그곳의 기억이 불러온다는 낭만적인 이유였다. 교보문고에서 판매 중인 자화상의 북퍼퓸 시리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문학 속에 향기가 있을까요? 이렇게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묵은 종이향, 퀴퀴한 책 냄새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문학의 향이라는 건 어찌 보면 막연한 거다. 하지만 우리 한 번쯤 이런 경험은 있지 않을까? 빨간 머리 앤이 몰래 마시던 포도주의 향, 고국을 그리던 이육사 시인이 보며 시를 쓴 청포도의 향, 별 헤는 밤 하늘을 바라보던 윤동주 시인이 있던 여름밤의 시원한 향. 우리 모두가 공감각자는 아니어도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책을 읽더라도 맡아본 적 없는 그때의 향을 그린다.


그중 오늘 소개할 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천재 시인 이상의 '이런 시'를 모티프로 한 북퍼퓸이다. 용기의 커버에는 미인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상이 작품 속에서 그리던 미지의 여성을 대신 삽입해놓은 게 아닐까, 하는 가벼운 추리를 하게 한다.


자화상의 북퍼퓸은 처음 개봉할 때부터 북퍼퓸이라는 제품 컨셉에 걸맞게 마치 책을 펼치듯 연출된다. 향수가 들어가 있는 포장면은 좌측으로 열게 만들어져 있는데 왼쪽에는 짧은 글귀가 있고 오른쪽에는 제품이 실려 마치 하나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용기에 담긴 이런 시 북퍼퓸의 첫인상은 '맑다'였다. 시간이 지나며 용액의 색이 조금 변했지만 처음 구매했을 때의 색은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베이지 느낌이 물씬 나는 청초한 빛이었다. 청초한 그 빛깔답게 향도 라벨에 그려진 미인도의 미인처럼 수수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향이다.




TOP  프레시 그린 (베르가못, 네롤리 꽃)

MIDDLE  플로럴 부케 (은방울꽃, 백합, 장미, 작약)

BASE  우드 머스크 (샌달 우드, 화이트 머스크)



들어간 향만 보더라도 부드럽고 은은한 꽃 향이 주가 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나의 경우 탑노트를 제외한 모든 향을 다 선호하는 사람이기에 처음 시향 해보고 완벽히 코가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의 향들을 좋아한다면 어쩌면 이런 시 북퍼퓸도 완벽히 코향저격일지도? ex. 딥디크 탐다오, 안나수이 시크릿위시, 탬버린즈 000, 딥디크 도손, 바이레도 로즈, 로라 메르시에 엠버 바닐라


그냥 맡아도 좋지만 향기가 더 극대화될 때는 바로 책에 뿌렸을 때! 구매한 후 집에 와 가장 먼저 했던 건 이상 시인의 시집에 뿌려보는 거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은은하게 풍기는 플로럴 계열의 향이 글을 적을 때 시인의 마음에 한 움큼 다가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꼭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좋은 글과 좋은 향을 맡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니. 향기가 주는 힘은 이토록 소리 없이 강렬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향수를 책에 뿌리는 건 금물! 향료에 든 성분이 글자를 더럽힐 수 있다. 하지만 자화상의 북퍼퓸은 지류에 뿌릴 때 생길 수 있는 손상을 최소화시켜 만든 향료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지류에만 뿌릴 필요 없이 섬유나 인체 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책은 잘 읽지 않지만 향은 갖고 싶은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또, 향기는 아날로그틱하다. 요즘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쓰지 않는 손 편지에 한 번 칙- 뿌려주면 손 편지라는 것이 주는 특별함에 한 스푼 더 특별함이 추가된다. 네트워크 상으로 이루어지는 게 익숙한 세상에서 종이에 남는 글자와 향기. 로맨틱함을 사랑하고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도 북퍼퓸이 줄 수 있는 매력은 가치 있다.



실제로 편지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편지지와 편지 봉투에 상대가 잘 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뿌렸던 적이 있다. 편지는 이틀이 지나서 상대에게 배달되었는데 편지 봉투를 열자마자 알 수 없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서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는 상대의 얘기를 듣고 아! 잘 뿌렸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속력은 책과 같은 지류에서는 9시간 정도 지속되고 인체나 섬유에서는 5시간 정도 지속된다. 하지만 향을 맡은 사람에게 불러오는 그 기억의 지속력은 어쩌면 평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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