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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많은 날이 Apr 25. 2023

두 아이 재우기 프로젝트

Chapter3

유독 춥고 기나긴 겨울밤이 계속되었다.


자주 깨는 둘째의 지치지 않는 울음소리.


작년 11월부터 지금(글 쓰는 기준: 4월)까지 무려 장장 6개월 동안 나을만하면 다시 반복되는 열감기, 기관지염, 축농증.


쉽게 잠들기 어려운 밤들이 계속되었다.


다시


그렇게 또 잠시 나와 첫째는 작은방에서 아내와 둘째는 큰방에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수면 방식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뭔가 큰 결단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잠시 처형 가족분들과 도전적으로 2월에 1박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큰 펜션을 빌려 조카들과 우리 첫째 딸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당연히 육아에 지친 우리도 좀 힐링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유독 추웠지만 조카들과 첫째 딸의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둘째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아내의 시름만 늘어가는 그때...


다시 합치기로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둘째가 다시 아파 밤새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데.


다시 모든 식구가 같이 잔다니.


아무리 봐도 실성한 아니고서야 이런 결정을 할까?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엄마와도 함께 자고픈 첫째 딸의 계속된 속삭임이었다.


둘째는 아내 홀로 둘째를 전담하는 어려움이었다.


결국 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부터 다시 우리는 함께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들어지는 시스템


나와 아내는 번갈아 가며 자주 깨며 우는 둘째를 달래기 바빴다.


그런데 이전에는 아빠 품이 낯선지 내 품에서도 울음을 그치기가 어려웠던 둘째가 신기하게 엄마 품보다 내 품에서 잘 달래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둘째의 밤 케어에 도움을 주게 되었고 덕분에 아내의 시름을 줄이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1. 감사한 첫째의 첫잠과 둘째의 막수(8~9시)

다행스러운 건지 첫째가 5살 반 형님반으로 올라가면서 4살 반까지 있던 낮잠 시간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첫째 잠재우기가 이렇게 쉬울지 상상도 못 했다. 8시에 칼같이 침대에 눕자마자 꿈나라로 직행하는 첫째 때문에 첫째의 잠재우기 노력이 덜해진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나와 첫째는 8시가 넘으면 침대로 먼저 들어와 누워 첫째 잠들기를 청했고 아내는 거실 소파에서 잠시 둘째를 안고 막수를 하였다.


막수를 하며 잠든 둘째를 데리고 아내가 다시 침대로 들어와 눕히면 첫 라운드 통과이다.


2. 고뇌의 시작(9~1시)

잠든 둘째는 잠든 후부터 1시 사이 자주 깼다. 아마도 아직 완치되지 않은 감기 때문인지 잠시 기침을 해도 깨고 자세가 불편해도 깨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내와 내가 번갈아 아이를 돌보니 한층 안정적 이어졌다.


우리는 일단 울기 시작하는 둘째를 앉고 바로 거실로 나아가 각자의 방식대로 달래며 다시 재우기 시작한다. 만약 한쪽에서도 잘 달래 지지 않을 때 다른 편이 다시 건네받아 달래 보는데 최근 다행스럽게 효과가 있었다.


나는 보통 다시 잠든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바로 눕히지 않았다. 아직 잠이 깊게 들지 않은 둘째가 바로 눕히면 쉽게 깨는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아 내 무릎에 뉘어 편안하게 목덜미를 팔꿈치 쪽으로 감싸 살짝의 반동으로 깊은 잠에 이르도록 약간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잠이 들고 난 후 침대로 들어와 눕히기를 반복하였다.


3. 그래도 성장하고 있는 둘째(1~6시)

그래도 새벽 1시 혹은 3시를 기점으로 둘째의 잠이 조금씩 느는 기분이 들었다. 생후 8개월이었다.


그래도 5시에서 6시 사이 그렇게 보채고 우는 밤에 피곤을 뚫고서라도 기똥차게 아침을 맞이하는 둘째를 보며 아침형 아기의 본모습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한동안 이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며 꾸역꾸역 다시 동침이 진행되었다.


쉽지 않은 광명


하지만 결국 나도 탈이 나고 말았다.


체력이 떨어진 것도 그렇고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엄청난 시기가 찾아왔다.


그렇게 몸에 빨간 불이 켜져 병원을 들락날락거렸다.


더불어 둘째도 이상하게 내 품에서 안 자려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빠가 아픈지를 아는 걸까?


그런데 내가 몸이 안 좋은 이후로 둘째의 잠텀이 조금 더 길어졌다. 잘 잠이 들고난 후 11시~12시에 한번 깨고 그리고 2~3시 사이 깨는 걸로 드디어 깨는 횟수가 확 줄어들게 되었다.


좀 더 커서 그런지 아니면 아빠가 아파서 배려? 해 주느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스럽다며 아내와 서로 토닥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글을 쓰는 오늘 다시금 광명을 찾게 되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렇게 끝난다면 당연히 해피엔딩이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완벽한 안정적인 잠을 이루기에는 갈 길이 멀다.


둘째의 기관지염은 다시 찾아왔고 오늘도 사실 아내는 둘째를 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다(원래 같이 자는 게 일상이지만 아주 가끔 다시 각방으로 돌아가 좀 더 서로의 양질의 잠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2돌까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아내의 푸념에 서로 그저 안쓰럽게 쳐다보기 바쁘지만


그래도 조금씩 통잠을 향해 나아가는 둘째가 언젠가는 선사할 다 같이 평화롭게 잠들 그날을 그리며


오늘로써 잠들기 어려운 4 가족 함께 취침하기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 우리 말고 자녀분들을 키우는 지금도 야심한 이 밤 고군분투하고 계실 모든 부모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언젠가 편하게 꿀잠 자시는 날을 맞이하시길


그리고 늘 아이들과 행복으로 충만한 날 되시길


해피엔딩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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