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잠자리에 들기를 수십 번. 이제는 엄마 없이 아빠랑 자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리라 마음 놓고 있었던 우리에게 난데없는 찬 물이 끼얹어졌다. 자기 직전 갑작스레 엄마를 찾기 시작하더니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둘째 생후 6개월 차에 벌어진 일이었다.
첫째가 한 때 너무 심한 감기에 걸려 아프고 난 후였다. 그 감기가 다시 둘째로 이어져 둘째 병간호에 정신이 없었는데.
역시나 어느 한 명에 집중이 되어 다른 한 명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그 소홀히 한 자녀에게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너무 슬프고도 긴 추운 겨울이었다.
한 이불 준비 과정
첫째의 등쌀에 못 이기는 척 우리는 이상한 기운에 이끌린 듯한 방에 모일 준비를 하게 되었다. 마치 예상치 못했지만 이미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일인 것마냥 말이다.
먼저기존의 침대를 팔 계획과 새로운 침대를 놓을 궁리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신혼 때 사들인 값 비싼 퀸 사이즈 침대가 있었다. 첫째가 태어난 후 모두 함께 자기로 결정한 후로는 싱글 사이즈 침대를 옆에 덧붙여서 사용하고 있었다. 퀸 사이즈 침대가 제법 높이가 있었기 때문에 싱글 또한 비슷한 높이로 발품을 팔아 끼워 맞춰 보았고 아내의 노력 덕분에 가드까지 갖추어진 미니형 가족 침대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와 함께 엄마 없는 좀 널찍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4명이 함께 할 공간을 생각해 보니 기존 침대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너무 높은 높이로 아이들 이동의 불편함과 낙상 사고의 위험성, 그리고 끼워 맞추기식으로 인한 공간의 부족함이 결국 판상형 패밀리 침대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첫째를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만 데리고 침대를 보러 다니다 덜컥 계약까지 한달음에 끝내 버렸다.
또한 이미 함께 하기로 결정한 순간 빠르게 기존 침대를 헐값에 캐럿마켓에 내어 놓은 아내도 일사천리로 구매자와 연결이 되었고 결국 새 침대가 들어오는 날 맞춰 정든 침대도 보내 주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지 못한 하지만 한 번은 꼭 해봐야 할 것 같은 은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감정의 첫 동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따뜻한 이부자리에 대한 기대
첫 Chapter1에서 이야기한 데로 둘째가 생기고 어떻게 자야 할까 고민할 때 다른 가족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보았다.
어떤 가족은 이미 첫째부터 분리 수면을 하여 둘째 수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가족도 있었고 혹은 우리처럼 각 부모가 한 명씩 맡는 가족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런데 4명 혹은 그 이상 모두 함께 자는 가족의 이야기를 잘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라고 하셨다.
당연히 잠자리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두 아이를 한 방에서 재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두 아이 중 한 아이라도 울어재끼는 밤이면 이건 상상도 하기 싫다(사실 이미 첫 경험을 부모님 댁 방문 했을 때 겪어 보았는데 두 말하지 않겠다. 최악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ㅠ).
그럼에도 같이 재워 보려는 우리 부부의 심정은 어떤 심정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때문인 건 이미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서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한 데로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준비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에 다른 이유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 부부 둘 다 잠자리에서조차 아이들과서로 살을 맞닿으며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가족애의 로망이 있었다.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집에서 모든 친척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지글지글 뜨거운 방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던 과거에 대한 회상도 있었다.
결국 예견한 듯 예견 안 한 예견했던 우리 가족의 꿈같은 이불속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난장판
호기롭게 시작된 가족의 동침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모든 시작하는 일에 첫 술 배 부를 일 없을 거라 장담했다.
그런데 역시나 가 역시나였다.
아직 둘째가 통잠을 자지 않아 불 보듯 뻔한울어버리기를시전 하자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듯 첫째도 제대로 잠들기 어려워 보채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누가 더 크게 우나 내기하는 울음소리 크게 내기 장이 펼쳐졌다.
그 안에 아내는 모유수유를 병행하며 둘째를 달래기 바빴고 나는 첫째를 달래기 바빴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그래도 맞서 보았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 질거라 기대하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 노력의 결과가 조금 보이는 듯했다.
결국 실패
잠은 둘째의 잠에 맞춰보려고 했다. 저녁 7시부터 해롱해롱 한 둘째를 8시면 먼저 아내가 침대로 들어가 수유를 시작했다. 보통 수유가 시작되면 막수이기 때문에 잠결과 함께 둘째를 꿈나라로 일찌감치보내는 지름길이었다.
나는 아직 쌩쌩한 첫째를 9시까지 붙들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이든 책이든 요란하지 않은 선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둘째가 잠든 안방으로 첫째와 함께 합세한다. 절대 큰소리 내지 않기로 첫째에게 신신당부를 하면서.
다행히 첫째는 이제 한국 나이 5살이 되었다고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한다(고맙구나!). 하지만 매번 그런 건 아니어서 여차 큰 소리로 떠드는 날에는 시작부터 꽝이다.
하여간 시작이 좋은 날에는 일단 첫째만 잘 잠들 수 있게 옆에서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귀를 만지는 버릇 때문에 귀를 내어 주고 쉬 소리의 백색 소음도 틀어 놓는다. 그렇게 잠들고 나면 세상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둘째의 통잠이었다. 둘째가 보통 2시간에 한번 깨는데 깰 때마다 고통이 너무 컸다. 통잠도 안 재우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게여간 꺼림칙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2주를 버텨냈다.
그러고는 다시 이 사달이 났다.
실패 요인
둘째가 다시 아팠다. 콧물에 기침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기 일 수였다. 수유 취침도 잘 되지 않았다. 거의 15분, 30분에 한 번 깨는 바람에 우리 모든 가족의 수면의 질이 왕창 깨져 버렸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나는 첫째를 데리고 다시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속으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한 가득이었다.
첫째의 수면의 질도 다시 챙겨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속상하기 그지없었다.
호시탐탐 기회 노리기
경험을 통해 아이들과 모두 함께 자기 위한 전제 조건을 알게 되었다.
첫째, 둘째의 통잠은 필수이다. 통잠을 자지 않는 아이로 인해 함께 하는 다른 아이의 수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첫째는 만 3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 말귀를 알기 때문에 이 상황을 이해하고 부모의 부탁에 운이 좋다면 들어주는 제스처라도 취해 줄 수 있다.
셋째, 둘을 함께 재우지만 재우는 시점은 다른 게 좋다. 그래야 제일 중요한 첫 잠에서 서로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