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壽衣)를 입히는 남자

스물두 번째 글: 사망진단서 또는 시신검안서

by tank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사망진단서 또는 시신검안서에 대한 확인이다.(시체검안서라고 쓰지만 시체라는 말의 가벼움보다는 고인을 존중하는 의미로 시신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옳다.)


사망진단서 또는 시신검안서에 기재되는 직. 간접 사망의 원인이 어떻게 기재되느냐에 따라 장례절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경우에는 담당 의사의 소견이 적힌 사망진단서가 발부되지만 병원 이외의 장소 즉 집에서 돌아가시거나 외부활동 중 돌아가시는 경우 또는 상주하는 의사가 없는 요양시설에서 돌아가시는 경우에는 경찰 공의에 의한 검시 후 시신검안서를 발부받게 되는데 이때 사망원인이 어떻게 기재되느냐에 따라 장례절차의 진행이 영향을 받게 된다.


노화에 의한 사망이나 오랜 지병으로 인한 병사로 의사의 확인이 된 시신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사망원인이 명확히 기재되지 않으면 검사의 지휘에 따라 범죄 관련성의 유. 무를 가리기 위해 부검 등의 절차를 거쳐 의혹이 해소된 후에야 비로소 장례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 난은 필히 확인을 거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장례식장 직원들이나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진단서나 시신검안서가 발부되면 필히 그 내용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습염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급하게 서두르다 깜빡하고 사망원인이 적힌 란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원인이 병사로 되어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외인사(外因死)나 사인 불명으로 기재된 경우라면 모든 장례절차를 중단하고 즉시 보고가 되어야 한다.


이미 염을 하고 입관을 끝냈다고 해도 다시 관을 열어 습염이 이루어지기 전의 모습으로 검사지휘서를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해서 사망진단서의 내용 확인은 몇 번을 강조해도 좋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법적 책임도 책임이겠지만 한 집안의 장례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어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게도 그런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고인은 젊어서부터 사십여 년 동안 정신질환으로 인해 전문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사람이었고 어느 날부터 변비로 인해 배변을 하지 못해 복부가 점차 팽창하는 바람에 급히 공공병원 응급실로 옮겨 낮부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치를 하였으나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장폐색으로 인한 질식으로 새벽녘에 사망에 이른 경우였다.


유족인 형제들이 집 근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으므로 고인이 사망한 병원의 장례식장 안치실에 전용 이송차를 보내 사망진단서 발급과 함께 시신을 모셔 왔고 이 과정에서 고인이 사망 후 안치되었던 장례식장과 시신을 인수받은 이쪽 장례식장, 그리고 매번 장례를 치를 때마다 사망진단서를 꼼꼼히 확인한 후 절차를 진행하던 나까지 그날은 무엇에 홀렸는지 모를 정도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사망진단서의 인적사항 등은 다 확인하고도 사망원인이 기재된 란을 자세히 보지 않은 것이다.


유족들과 장례절차를 협의해 일정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아침 일찍 화장장으로 가기 위해 출관을 준비하던 중에 장례식장 책임자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출관할 수 없습니다.”


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건넨 서류는 공공병원에서 발행한 사망진단서였다.

서류를 훑어 보던 나는 순간 “어? 이게 왜 이렇게 되어있지?” 하고 놀라고 말았다.

간접사인에는 장폐색. 질식이라고 기재가 되어있었으나 직접사인 난에 “병사”라는 글자가 아닌 “불명”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었고 이는 곧 경찰에 신고와 함께 검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빈소 정리를 마치고 화장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인 상황에서 “이대로는 출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나와 유족들에게는 하늘이 노랗게 변할 정도의 아찔한 일이었으나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어서 급히 장례식장 책임자와 대책을 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대책이 떠오르지 않아 관의 결관을 풀고 시신을 원형보전 한 다음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던 장례식장 책임자가 한참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살펴보다가 간접사인이 “장폐색에 따른 질식사” 임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고인이 사망 직후 잠시 안치되었던 공공병원 장례식장과 원무과에 전화를 해서 사망진단서 작성 오류와 시신이송 전 사망진단서 미확인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그들의 연락을 받은 담당 의사도 아직 출근 전이었으나 서류상의 오류를 인지한 후 최대한 서둘러 화장 시간 전까지는 재발급된 사망진단서가 화장장 접수 데스크에 도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서 겨우겨우 제시간에 맞춰 화장을 하고 장례절차를 마칠 수가 있었다.


장례식장 책임자의 오랜 경험에 따른 판단에 따라 자칫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었던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나 이 일은 두고두고 나를 각성하게 만들었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후 사망진단서 또는 시신검안서에 대하여 만큼은 무엇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로 감사한 것은 마지막까지 신뢰를 잃지 않고 나를 믿어주고 따라준 유족들의 반응이다.

자칫 장례를 망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도 묵묵히 지켜보고 장례가 끝난 후 “잘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유족들에게 잠시였지만 소란을 겪게 한 것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은 아직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장례식장 책임자가 그렇게 말했었다.

“유족분들이 정말 선하신 분들입니다. 성정이 좀 거친 분들이 있었으면 멱살을 잡히는 것도 모자라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겁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궁지에 내몰리지 않도록 경험에 의한 슬기로운 지혜를 나눠준 장례식장 책임자도 고마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잊지 말자.

사망진단서 또는 시신검안서 확인 또 확인의 중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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