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새벽은 댄스와 함께 열린다.

보라눈의 깊은 방

by 보라눈

한밤중이다.

동절기의 새벽 6시 30분은 찌는 한낮을 예고하듯

일찌감치 밝아오는 여름 새벽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레이닝복에 롱패딩을 두르듯 껴입고,

두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큰 보폭으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늘 마주치는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옷차림도

나처럼 두툼해져 있음에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나는 원래 극도의 야행성이었다.

감성이 짙어지는 밤의 정적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벽부터 일어나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오전 10시 30분 타임의 댄스수업을 7시 타임으로 바꾼 것이 지난 3월이었으니,

새벽길에 나선 지 벌써 10개월째로 접어드는 것이다.


댄스학원 가는 길엔 고가도로가 하나 있는데

출퇴근 시간이면 차들로 꽉 차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마의 구간’이다.

‘새벽엔 안 막히겠지?’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난 우리나라에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었다.

이른 새벽의 차들은 오전의 막힘과는 차원이 달랐다.

결국 10분을 더 일찍 나와야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다들 어디로 가는 중일까?

일터일까, 학교일까,

나처럼 새벽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까..

내가 이 새벽을 열어젖히는 사람들의

일원이 되었다는 건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은 감동이다.


학원에 도착해도 하늘은 여전히 칠흑같이 어둡다.

추위를 많이 타신다고

히터를 미리 세게 틀어놓은 선생님덕에

얼어있던 내 몸은 학원에 들어가자마자

노곤하게 녹는다.

먼저 웜업으로 몸을 풀고, 스트레칭, 복근 운동,

오늘의 안무 익히기가 진행된다.

밤새 굳어있던 몸이 쭉쭉 펴지고,

내 정신도 서서히 깨어난다.


학원의 통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까만색에서 점점 짙은 푸른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물들어 간다.

해님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춤을 추며 동트는 새벽을 보는 것..

이건 분명, 나만의 새벽 의식이다.


한바탕 춤을 추고 나면 몸은 이미

더울 정도로 데워져 있어서

학원을 나설 때 껴입고 갔던 옷은 가방에 넣고

패딩 하나만 걸치고 나오는데

한기가 훅 들어오는 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러고 나가면 땀 식으면서 감기 걸려요!

단단하게 입으세요!”

그 말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들리는지..


밖은 어느새 완전한 아침이 되었고,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학생들로

거리는 북적인다.

새벽의 고요는 흔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느낀다.

아직 바깥이 어둠을 품고 있던 시간,

나와 같이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던 사람들,

함께 춤으로 몸을 깨우던 선생님과 학원생들..

그들과 나 사이에 흐르던 묵직한 동질감을.


새벽이라는 공통분모아래

우린 모두 각자의 하루를 열어젖히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은 은근히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