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눈의 깊은 방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사람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까?
나는 그렇다.
거의 매일, 기대를 안고 잠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무슨 거창한 목표를 품은 사람 같지만
전혀 아니다.
나의 내일에 대한 기대는
‘두근두근 내일은 무슨 빵을 먹을까?’이다.
자타공인 빵순이인 나는
그냥 풀어놓으면 삼시세끼 빵만 먹을 태세여서
내 나름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바로 아침에만 빵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양도 제한해 놓았다.
뭔가 너무 각박하긴 한데
이래야 빵순이의 삶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여름.
빵인지 과자인지 스트레스인지 모를 이유로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경신한 이후
4~5개월 정도 눈물 나는 다이어트를 실행했는데
다이어트는 성공했고
지금은 유지어터의 삶을 살고 있지만
다시는, 절대 다시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절제하는 식생활은 최소조건이 된다.
아무튼, 그래서 난 아침식사 시간만큼은
구애 없이 어떤 빵이든 먹는다.
담백한 치아바타가 최애이긴 하지만
달달한 맘모스도 맛있고,
모닝빵에 칼집을 낸 후 버터를 채우고
소금을 뿌려 구우면
어찌나 풍미가 좋은 소금빵이 되는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후딱 운동을 다녀온 후
구수한 누룽지차 한잔과 함께하는 빵의 시간은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나만의 힐링의 시간.
그렇게 어제 기대했던 바로 오늘이 된다.
생각해 보면
난 고군분투하며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나를 맞추느라
나란 사람이 희미해지던 시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살던 시절.
내 개인적인 욕구는 포기할 수밖에 없던 그 시절.
잠 안 자려는 아이들과 씨름하다 지쳐 쓰러질 때
난 싱크대 상부장에 감추어져 있는 오예스를 떠올렸다.
‘내일 아이들이 다 자고 있을 때
오예스를 먹을 거야..’
그땐 그것만이 내가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힐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란 사람의 행복은
참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바뀌지 않고 여전하다.
언젠가 남편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나보고 천만 원이 있다면 뭘 하고 싶냐고 했을 때
여과 없이 나온 말은 “한우 실컷 먹을래!”
“아니, 무슨 명품백도 아니고?”
남편은 정말 어이없어했었다.
뭐, 아무래도 좋다.
난 먹는 걸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주 단순한 사람이지만
어쩌다 한 번의 엄청난 행복보다
작은 행복을 매일 맞이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니까.
내일 아침엔
또 어떤 빵을 먹을까?
냉동실에 꽝꽝 얼린 여러 종류의 빵들은
자기 차례가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