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홈트가 내게 준 뜻밖의 선물

보라눈의 깊은 방

by 보라눈

코로나 시기였다.

댄스학원을 갈 수 없게 되면서

나는 대안으로 홈트를 선택했다.


처음엔 너무 재미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동작은 단순한데 힘들고, 같이 하는 사람들도 없고,

혼자 버티는 느낌이 강했다.


울며 겨자 먹기 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던 홈트는

의외로 숨겨진 매력이 있었지만

코로나가 끝나며 홈트와는 안녕을 고하고

다시 댄스의 세계로 돌아갔다.


홈트를 잊고 산지 어언 몇 년..

그리고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의 숫자에 놀라

할 말을 잃어버린 나..

진짜 큰맘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댄스의 운동량만으로는 감량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잊고 살던 홈트의 세계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홈트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졌는데,

내가 느낀 홈트의 매력은 바로

머리를 완전히 비워준다는 것이다.


댄스는 너무나 재미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사실 몸으로 하는 예술이기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그냥 운동 목적으로 재미있게

몸만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 쌓일 것도 없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순간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안무를 까먹지 않기 위해 계속 외워야 하지

어려운 동작에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절망하게 되지

영상 찍은 걸 봤을 때 내 생각보다 더 어설펐을 때의

그 자괴감과도 직면해야 하지

멘탈 관리가 쉽지 않다.


그런데.. 홈트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웠다!

난 주로 홈트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따라 하는데

유튜버의 동작 설명을 들으며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그러면서 생기는 매직은

잡다한 생각을 다 내려놓게 된다는 것.

엉덩이 근육에 집중하라고 하면

엉덩이 근육이 움직이고 있는 느낌에만

온 정신이 집중되고

삼두에 힘을 주라고 하면 삼두에만

온 정신이 집중된다.


머릿속이 비워지는 이 순간은

맞아! 명상하고 비슷한 것 같다.

움직이고 있는 그 근육에만 집중하며

잡념에서 벗어나는 걸

명상이라고 지칭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홈트를 함으로써

칼로리가 타서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좋고

근육을 키워서 건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내 머릿속 상념을 비워줘서 평화로운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게 진짜 내가 느낀 홈트의 매력이다.


난 주로 웜업 후 덤벨이나 필라테스등

메인 운동을 하고

유산소 10분 정도로 혈액순환을 시켜주고 쿨다운 스트레칭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이 순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순서는

바로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을 너무 좋아해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길게 하는 편이다.

특히나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을 좋아하는데

내가 운동하는 방엔 하늘을 향해 뚫린 천창이 있어서

매트에 누우면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힘든 운동 후 숨을 고르며 하늘을 바라볼 때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을지는 상상이 갈거라 생각한다.


맑은 날이면 햇살이 쏟아지고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이 천창을 타고 흐른다.

누워서 온몸을 쫙 펴고 하늘을 바라보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면서 감사하게 된다.

운동할 수 있는 몸과, 하늘이 보이는 창과,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음에..

그 후, 오늘 하루도 시작이 좋았어! 생각하며

요가 매트를 정리해 둔다.


물론 하루의 시작이 좋았더라도

불만족으로 끝나는 하루가 더 많긴 하지만.

시작이라도 좋았다면

1/3은 성공한 하루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자존감을 조금씩 쌓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