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단정한 아침을 여는 카페

보라눈의 깊은 방

by 보라눈

집 앞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존재했지만 손님이 없어 보였던 카페.

그 카페가 문을 닫고 한참 공실이었던 자리에

다시 새로운 카페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 카페는 조금 독특했다.

오픈이 아침 7시로 굉장히 빨랐다.


덕분에 새벽 운동을 나가는 6시 30분,

늘 밤처럼 새까맣던 거리에

카페의 노란 불빛이 켜져 있게 되었다.


카페는 한 칸짜리 작은 규모였는데

통유리라 안이 그대로 다 보였다.

어둠과 대비되는 환한 불빛 덕분에

새벽의 실내는 오히려 더 훤하게 드러났다.


카페 앞을 지날 때면

눈을 끄는 불빛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빤히 보고 있으면 실례일 것 같아

늘 스치듯 지나가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눈에 들어온 모습은

하루를 준비하는 젊은 남자 사장님.


의자를 제자리에 정돈하고

티라이트에 불을 붙이고.


그것은 단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순간이지만 나는 설레고,

이 설렘 안엔

동경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안다.


할머니의 단정했던 살림부터 시작해

이렇게 하루를 단정하게 여는 풍경까지.


아마 나는

단정함을 동경하는 사람인가 보다.


단정함이란 무엇일까.


군더더기가 없는 것.


내 삶에는 아직 군더더기가 많아서,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잡히지 않는 이상향 같은 단정함에

이렇게 끌리는 걸까?


한낮의 카페는 늘 북적인다.

주택가 속 작은 카페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테이블은 큰 것 하나뿐이고

벤치처럼 긴 의자 몇 개가 둘러져 있다.

전철 안에서처럼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앉는다.


책을 읽는 손님도 많다.

혼자만의 고즈넉한 시간과 커피를 즐기러 온 것일 텐데

내향적인 나에게는 타인과 너무 가까이 있어야 하는

그 구조가 불편해 보여 들어가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 그 카페에 가 본 적이 없고

사장님과 주문의 한마디조차 나눠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아침의 그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까?


그리고 그것이

내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하루를 공유하지 않아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질 수 있다는 사실.


그건 참 귀한 깨달음이었다.


어쩌면 내가 동경하는 것은

완벽한 삶이 아니라

그렇게 하루를 차분히 준비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나는

그 에너지를 받는 일에 익숙해졌나 보다.


카페가 쉬는 수요일.

불빛이 사라진 어두운 카페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허전하다.


그러면서 장난스레 생각한다.


사장님,

하루라도 늦잠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