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눈의 깊은 방
집 앞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존재했지만 손님이 없어 보였던 카페.
그 카페가 문을 닫고 한참 공실이었던 자리에
다시 새로운 카페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 카페는 조금 독특했다.
오픈이 아침 7시로 굉장히 빨랐다.
덕분에 새벽 운동을 나가는 6시 30분,
늘 밤처럼 새까맣던 거리에
카페의 노란 불빛이 켜져 있게 되었다.
카페는 한 칸짜리 작은 규모였는데
통유리라 안이 그대로 다 보였다.
어둠과 대비되는 환한 불빛 덕분에
새벽의 실내는 오히려 더 훤하게 드러났다.
카페 앞을 지날 때면
눈을 끄는 불빛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빤히 보고 있으면 실례일 것 같아
늘 스치듯 지나가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눈에 들어온 모습은
하루를 준비하는 젊은 남자 사장님.
의자를 제자리에 정돈하고
티라이트에 불을 붙이고.
그것은 단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순간이지만 나는 설레고,
이 설렘 안엔
동경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안다.
할머니의 단정했던 살림부터 시작해
이렇게 하루를 단정하게 여는 풍경까지.
아마 나는
단정함을 동경하는 사람인가 보다.
단정함이란 무엇일까.
군더더기가 없는 것.
내 삶에는 아직 군더더기가 많아서,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잡히지 않는 이상향 같은 단정함에
이렇게 끌리는 걸까?
한낮의 카페는 늘 북적인다.
주택가 속 작은 카페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테이블은 큰 것 하나뿐이고
벤치처럼 긴 의자 몇 개가 둘러져 있다.
전철 안에서처럼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앉는다.
책을 읽는 손님도 많다.
혼자만의 고즈넉한 시간과 커피를 즐기러 온 것일 텐데
내향적인 나에게는 타인과 너무 가까이 있어야 하는
그 구조가 불편해 보여 들어가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 그 카페에 가 본 적이 없고
사장님과 주문의 한마디조차 나눠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아침의 그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까?
그리고 그것이
내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하루를 공유하지 않아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질 수 있다는 사실.
그건 참 귀한 깨달음이었다.
어쩌면 내가 동경하는 것은
완벽한 삶이 아니라
그렇게 하루를 차분히 준비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나는
그 에너지를 받는 일에 익숙해졌나 보다.
카페가 쉬는 수요일.
불빛이 사라진 어두운 카페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허전하다.
그러면서 장난스레 생각한다.
사장님,
하루라도 늦잠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