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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또또 Jul 09. 2022

사랑에 운명은 존재할까?

<500일의 썸머>를 살짝 곁들인 사랑에 대한 고찰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56분. 마치 작가가 된 듯한(브런치 작가도 작가라면 작가지만..) 기분으로 처음으로 영화 리뷰가 아닌 글을 올리고 있다. 할 일들을 넘치고 흐르지만 그대로 둬도 잘 흐를테니 이 글을 통해 살짝 파장을 주려 한다. 게다가 제목부터 '사랑에 운명은 존재할까'로 꽤나 자극적이지 않나?


Q. 그래서 넌 사랑 하고 있니?
A. ...어쩔티비...


이 재밌는 주제의 시작은 나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으로 시작한다. 물론 지금 말고 과거. 고등학교 때 연애를 시작하면서 마치 모든 것이 '운명'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연히 화장실 앞에서 만나는 것도, 집 방향이 같은 것도, 심지어는 이름의 획을 숫자로 만들어 각자 더해보는 유치한 궁합테스트(?)에서 높은 숫자가 나오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것들을 모두 운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지독한 운명론자에서 살며시 빠져나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바로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본 것이었다(필자의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인 얼마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한 번 본 사람에게는 그저 남녀가 맞지 않아서 헤어진 이야기를 장황하게 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큰 주제는 '운명은 없으며 단지 명명하기 나름이다'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썸머(뜻: 여름)'라는 여자주인공을 좋아했던 남자주인공 '탐'은 처음에 좋아했던 썸머의 모습이 콩깍지가 벗겨지고 오히려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갈라선 탐에게 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 같은 면접생이었던 '어텀(뜻: 가을)'과 묘한 인연이 생기며 다시 운명(?)을 만나게 된다. 


영화 초반에도 운명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있다. 썸머의 과거 이야기를 해주면서 썸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급격하게 뜨는 것이 썸머가 가진 능력인 것처럼, 즉 그런 운명을 타고 난 것처럼 표현한다.


운명 그런 거.. 없어.. 암튼 없다고..


우리가 운명이라고 보는 것들은 결국 우연과 확률의 조합에 불과하다. 썸머 역시 마찬가지이다. 탐이 엘레베이터에서 듣고 있던 노래는 썸머도 좋아하는 노래였다. 한번 솔직히 생각해보자. 그 1가지는 비슷하다고 치더라도 왜 나머지 99가지 다른 점은 신경쓰지 않는 것인가. 결국 운명은 단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인 것이다.


나 같은 경우 한 번은 나와 핸드폰 뒷번호가 1122와 2211처럼 엄청 비슷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때만 해도 너무나 놀라고 겨우 벗어났던 운명론자 자아가 돌아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확률 게임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유들로 나는 극단적인 운명론자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공통점을 찾는 일은 재밌는 일 중에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남녀를 떠나서 친해지기에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이다. 만약 공통점이 없다면 상대방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상대방이 대화할 때 나와 같은 행동을 하면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다.. 운명!

글에서 벌써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극단적인' 운명론자에서 벗어난 것이지 아직 '운명'이라는 재밌는 요소를 버리지는 않았다(아마 못했..) 이 재밌는 걸 왜 버려.. 아직도 가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뭐 그럴 운명인가 보지~' 하고 넘기는 나를 보면 아직 운명과 멀어지기에는 꽤나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운명 같은 사랑을 모두가 꿈꾸지만 사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운명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중에 딱 한 명이 나와 인연이 된 것이니 얼마나 신기한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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