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성 센터에서의 수업
수업 신청에 성공해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재료는 수업에서 공동구매로 준비된다고 했다.
설렜다.
내가 마지막으로 설렜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엔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현재를 버티며 살다 보니 잊어버렸던 것 같다.
첫 수업 날, 강사님과 수강생들이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재료를 구입했다.
그리고 자리를 정했다.
다들 앞자리를 원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제비뽑기를 했다.
8번.
중간자리다.
괜찮다. 이 정도면.
강사님이 말하셨다.
“뒤에 앉아도 괜찮아요. 제가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요. 끝나고 물어보셔도 되고요.”
좋은 강사다.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가족들이 물었다.
“오늘 뭐 했어?”
“뭘 만든대?”
“그럼 이제 우리 옷도 줄여줄 수 있어?”
“그냥 인사하고 재료 사고, 자리만 정하고 왔어.”
“뭐야… 그럼 재봉틀 드르륵 하는 건 내일모레부터야?”
“응.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니까.”
아이들은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이게 관심의 전부인가.
조금 서운했지만, 뭐.
내 이야기보다 인터넷 세상이 더 재밌겠지.
두 번째 수업.
가장 먼저 한 건 청바지 리폼이었다.
“청바지로 오늘은 가방을 만들어볼 거예요.”
강사님의 말에 수강생들 사이로 ‘저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류가 흘렀다.
하지만 할 수 있으니까 알려주시는 거겠지.
먼저 가져온 청바지를 길이에 맞춰 자르고, 사타구니 부분의 실밥을 제거했다.
하나하나 칼로 뜯어내는데, 오래 걸린다.
수선집에 옷 맡기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그냥 자르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으면 되는 거 아니야?’ 생각했던 과거의 나.
반성하게 된다.
아… 뜯는 것만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구나.
실을 깨끗이 제거한 뒤, 재봉틀에 실을 끼우고 박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뭔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보여도, 청바지 위엔 노란 실선이 생기고 있었다.
내가 페달을 밟을 때마다 점선이 길어진다.
마치 청바지가 새로운 길을 가듯,
마치 내가 새로운 길을 가듯.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사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근데 왜 나는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을까.
몇십 년 만에, 무언가를 ‘처음으로’ 해보는 그 순간.
눈물이 났다.
아니, 눈물을 참았다.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왜 지금에서야.
드디어 완성했다.
청바지의 잘라낸 부분은 손잡이가 되었고, 엉덩이 부분은 가방의 몸체가 되었다.
별거 아닌데, 잘 만들었다. 나.
장하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