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본 베트남 코로나 방역의 문제점
지난 7월 9일 베트남 코로나 방역의 최고 단계인 16호가 시행된 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리고 다시 8월 1일까지 연장이 되었다. 그것도 고위험지역이라고 불리우는 일부 봉쇄, 격리 지역에서는 외부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더욱 강화된 조치를 추가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7월 24일 호치민의 신규 환자는 5,396명, 베트남 전역에서는 9,225명이 발생되며 최고치를 또다시 갱신했다. 조만간 1만명 환자 발생은 당연한 듯 보인다.
각국에 있는 친구들과 파트너를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베트남 만큼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국가는 별로 없다. 최초 코로나 발생시 국제선 운항을 제일 먼저 줄이거나 폐쇄한 나라 중의 하나가 베트남이고 (이 때문에 한국과는 비행기 회항과 반미 갈등이 있었고 이후 베트남에 대한 여론은 급속히 나빠졌다), 국경을 봉쇄하고 환자 한 명이라도 위험 요소가 발생되면 격리조치를 과할 정도로 하는 나라가 베트남이였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마사지, 주점 등 유흥업소나 비생산적 시설에 대해 간헐적인 영업정지는 있었지만 제조업 공단은 건재했기에, 적어도 2021년 4월 말까지 베트남의 코로나 위험은 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5월 노동절 연휴가 마무리 된 이후, 5월 초순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초기 하노이를 중심으로 북부 산업공단으로 집단감염이 퍼지면서 봉쇄 조치를 시행하더니, 6월 부터는 남부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제4차 유행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결국 베트남 전체가 총리령 16호를 적용받으며 전국 단위 대유행에 돌입하였고 매일 매일 환자 숫자를 늘리면서 이제 곧 1만명 시대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특히, 호치민의 상황은 심각하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환자에 역학조사는 이제 의미가 없게 된지 오래고 감염자를 수용치료했던 시설도 이제는 포화단계에 이른지 오래다. 호치민 내 학교 기숙사, 체육관을 격리 시설로 활용한지 오래고 미분양 아파트나 미준공 건물도 치료시설로 변형하여 사용함을 검토하고 있다. 한인 교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의심환자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시설로 들어가는 순간, 없던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간에 떠돌았던 치료 시설의 영상이나 다녀왔던 사람들의 수기가 인터넷에 돌고 있으니, 치료시설이 치료 보다는 안전한 사람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공간적 분리, 외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방역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 한 명이 발생되면 그 일대 전체를 봉쇄하여 외부와의 단절을 시도하는 것이다. 초창기 환자가 적었을 때는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봉쇄 지역 자체가 환자 급증 예정지역으로 전락해 버렸다. 보건부 발표는 봉쇄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전파될 위험성은 낮다고 선전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봉쇄 지역의 사람들은 봉쇄 됨으로써 코로나 발병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의 동단위 대규모로 봉쇄를 계속하게 되면, 환자 발생 - 지역 봉쇄 - 지역내 환자 추가발생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환자가 늘어서 봉쇄지역이 늘어나는 것보다, 봉쇄 지역이 늘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부족은 외국인들에게는 불안감을 더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언론이 완벽히 통제 된다고는 알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위험의 시기에 모든 정보는 정부로부터 나오는 것에 한계는 뚜렷하다. 환자가 나오면 어디에서 어떤 규모로 나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저 매일 두 번 보건부에서 발표되는 숫자가 거주민이 아는 정보의 전부이고, 어디가 통제되었다고, 환자가 어디에서 많이 나온다 등의 소식은 언론보다는 단톡방, 페이스북 등 거주민간의 SNS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최근 문제가 된 교민의 코로나 사망 후 화장사건은 베트남 의료의 한계와 정보의 부재가 가져다 준 사건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828737
이런 위험 시기에서도 의료진의 화이팅하는 모습이나, 응원하는 영상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을 보면서 정보를 있은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포장된 의미를 추가해 선전, 광고하는 개념으로 언론이 기능하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평상 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다가도 지금과 같은 위험 시기에는 언론의 통제가 주는 답답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베트남인 사이에서도 위험이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는 페이크 뉴스가 유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 일을 하면서 많이 경험했던 부분이지만, 베트남은 법은 있지만 시행령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을 공무원이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지역마다 집행 기준이 달라진다. 허가 여부가 1군에서는 안되지만 7군에서는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뒷돈을 얹혀주면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니 입안 기관이 의도한 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정책 수립과 집행의 문제는 코로나 대응에서도 분명 나타난다. 보건분야 정책 추진단계를 보면, 하노이 중앙 보건부가 총리의 승인을 받아 기본 방역 계획을 수립하여 배포하면, 이를 근거로 각 도시의 인민위원회가 세부지침을 마련하여 안내한다. 그리고 경찰 등 공안부서는 지침을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절차를 따른다.
그런데 문제는 보건부의 공문도, 각 시 인민위원회의 공문도 문구 자체를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석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두루뭉실한 공문이 일선 기관에 시달되니 일선기관은 각자 해석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 16호에서는 허가증을 구비하지 않는 차량이 운행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로 차량을 운행할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지침은 전혀 없다. 단속 공무원의 재량이 전부이고 거주민의 입장에서는 복불복 게임일 뿐이다. 운행 허가증은 개인이 만들어 아무 도장이나 찍으면 되고, 중요한 일에는 식료품 구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우수개 소리로 파 한 단 사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는 농담섞인 말까지 일반화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과연 말이 봉쇄지 봉쇄가 제대로 될지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https://vnexpress.net/tp-hcm-ap-dung-chi-thi-16-den-ngay-1-8-4329401.html
http://www.viethan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60
한인 교민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코로나 대유행기간 중 가장 조심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의료시설이 낙후되어 치료를 받기는 커녕, 의심자로 구분만 되어도 격리소에 들어만 가도 코로나에 100% 걸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도 치료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외국인 치료 경험상 몇 천만원은 훌쩍 넘어버리니, 제대로 된 치료없이 돈만 들어가는 구조이니, 오죽하면 코로나 걸리면 한인들끼리 전세기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비상상비약까지 구비하는 것이 기본수칙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현재 외국인들이 베트남의 코로나 방역 대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없이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환자 숫자만 보고, 어느 순간 아파트 동 전체가 격리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특유의 봉쇄 정책이 왜 효과없이 확진자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건 당국의 의도대로라면 아무도 이동해서도 안되고 먹을 거리를 제외하고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게 정상인데, 지금 그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책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봉쇄와 틈이 많은 집행은 오히려 환자만 더 증가시키는, 정부 당국을 위한 정책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베트남의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물자도 부족하고 보건 분야 예산도 부족하다. 코로나 진단도 1차는 10명씩 하나의 시약병에 담아 검사하고 백신 구입자금도 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마련하고 있다. 적극적인 코로나 검사는 6월 이후에나 시작했고, 백신은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아직까지 인구 약 1억명 중 3%만 맞았을 뿐이다. 올해 안에 전국민의 60%를 접종한다는 계획은 세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그게 그렇게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외국인들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봉쇄 외 베트남이 가지고 있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 유행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현상이다. 베트남이 못해서도 아니고,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세계가 감당해야 할 현상이다. 하지만 베트나에 사는 외국인이 보았을떄, 지금의 베트남 방역정책은 허점이 많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정보가 없다고 한다. 더 잘 운영할 수 있는데도 그동안의 미숙한 일처리 방식과 견제되지 않는 정부의 불안한 정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인 누구도 거기에 반론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코로나의 문제는 결국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그리고 외강내유로 표현할 수 있는 길들여진 문화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과연 이 사람들은 과연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일까?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오늘도 불안한 밤을 또 하루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