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한 인간내면 여행

이명옥의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를 읽다

by Justin

그림에 대한 나의 추억


오랫만에 예술에 관한, 그림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음악은 음악을 찾아서 듣고 가끔씩 음악회를 가기도 하는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곤 했는데 그림은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 터라 책으로라도 접해보려는 시도를 많이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베트남에 넘어오면서 힘들어진게 사실이다. 예술 뿐만 아니라 책을 접하는 것도 매우 힘들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림에 대한 나의 기억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로 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 정한,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는 타이틀을 보고 두꺼운 책을 읽어 내면서, 예술에 대해,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단순하게 그림을 느낌으로만 보아왔다면, 이제는 그 그림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고자 시도하였으며 작가의 인생관이나 철학 살아온 발자취를 찾아봄으로써 조금 더 깊숙하게 그림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인연으로 인해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서 다니게 되었고, 제주도 본태박물관에서 만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만난 인연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고 현대 미술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큐레이터나 도슨트 몇 분과도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아트 펀드, 그림 경매까지 공부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림에 대한 관심을 벗어나 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으로 그림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세계여행에서 반드시 가보아야 할 곳으로 세계 유명 미술관을 꼭 넣을 정도로 그림은, 나의 많은 부분에 침투해 있다.


명작! 그 속에 담긴 철학, 다시 우리의 인생


이명옥의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는 인간의 감정을 미술작품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미술 해설서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얼마 전 읽었던 스피노자 철학을 문학작품으로 설명했던 강신주의 책처럼 이명옥의 책은 인간 내면의 여러 감정과 상징하는 메타포를 다양한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희망, 가난, 떠남, 인생, 행복, 추억, 눈물, 고독, 사랑, 폭력, 모델, 죽음, 용서, 침묵, 명상, 전쟁, 관음, 그리고 불안에 이르기까지... 각 테마를 나타내는 가장 완벽한 그림과 작가를 소개함으로써 독자가 한 발짝 더 주제에 쉽게 다가서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조지 프레드릭 왓츠, 벨라스케스, 밀레, 폴 고갱, 로버트 푸르스트, 르누와르, 까미유 로코, 에드워드 호퍼, 베이컨, 구스타프 클림트, 렘브란트, 로스코, 피카소, 드가,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유명 화가들의 그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과 동양화에 이르기까지 주제별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각각의 주제를 철학의 범주로 올리기 보다는 인간 생활 자체에서 머무름을 선택한다. 따라서 소개하는 그림은 그리스 신화나 중세시대로 상징되는 종교화의 비중보다는 근대, 현대를 넘나들고, 서양과 동양을 아우른 방대함을 갖출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사랑을 이야기 하기 위해 샤갈의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한국작가 이일호의 작품도 소개하고, 인생을 논할 때 로버트 푸르스트의 그림과 이영희의 길을 이야기하고 고흐의 흙묻은 구두를 소개하는 식인 것이다. 작가의 인생이나 그림이 보여주는 작가 정신을 정확히 이해함을 뛰어넘어 다른 책과는 관점이 다른 예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구경하는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림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의 희노애락과 성선설, 성악설, 역사적인 사건의 참모습과 그 이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까지도.. 그림이 던져주는 메세지와 인간 내면의 모습이 크로스되어 독자의 머리와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거기에 명작과 관련한 격언까지...

감상과 내면의 통찰, 마음 속 간직할 격언들


이명옥의 책,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는 멋진 그림 감상은 물론이고 그림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두 번의 행운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예술이 그리운, 미술을 느끼고자 하는 나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소중한 무언가를 던져주는 책으로 남았다.

책 속에는 문학작품에서 인용한 많은 좋은 말들도 많다. 몇 가지 정리해 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디 모두의 인생 여백에 한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진정한 행복은 자기 내부에 있다.
침묵은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언어.
죽음이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는 힘
사랑이란 중력을 거스르는 힘
세상 속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고독 속에서도 홀로 서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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