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일의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을 읽다
우리나라 만큼이나 새롭고, 빠르고, 제일 크고, 1등을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무엇인든 세계 최고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힘들다. 1등 이외에는 모두가 루저로 취급받기 일쑤이고 심지어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못땄다고 전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제품이던지, 사건이던지 웬만한 것에는 눈도, 마음도 꿈적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고라는 환상, 편리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하나의 사람이건 사물이건,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절대적 존재가치를 쉽게 외면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에 답은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번 만큼은 왜? 라는 질문보다 그래서?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의 일상을 사로잡는 빠르고 편리하고 세련된 것들에게서 우리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민병일의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작가가 독일 유학생활 동안 벼룩시장을 통해 얻게 된 오래된 사물에 새겨진 사람들의 생각과 정신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물건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애정이 담겨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지만 그 물건만이 가지고 있는 외양과 빛깔, 향기는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만의 육감으로 유추해 낼 수 있는 감정의 교감이 있다.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겨지는 작은 물품들이 내 보물 1호로서 누구에게나 있는 것과 같다.
램프에서, 바이올린에서, 그림에서, 만년필에서, 필통에서, 찻잔에서...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또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우리가 평소에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근원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저자와 독자는 정겨움을 나눈다. 과거로 돌아가 물건을 사용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지나쳐버린 시간들을 회상하는 여유에서 그림을 느낀다. 벌써 쓰레기 더미 속으로 사라져갔을지도 모르느 물건들에 애정을 품으며 가지고 있는 그 소박함이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마음 속 한 구석에 있는 추억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빠르고 강하고 새롭게라는 상업적 커머스의 타이틀에 밀려 인간미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도 TV에선 빠름,새로움,강함을 상징하는 신제품 광고가 흘러나온다. 한 번 써봐~ 하면 나를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