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 '베트남 사람들' 이야기 (2)
호치민 시는 22년 8월 23일 0시부터 도시 전체의 락다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두 달 이상 끌어온 16호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8월 21일 베트남 전역에서 코로나 신규확진자는 13,417명이 발생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온갖 봉쇄조치에도 신규 감염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제는 중환자를 제외하고는 약과 치료방법을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일반 치료조차도 자택에서 하도록 권고가 나오는 상황이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피해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느 국가보다 빨리 봉쇄조치를 단행했고, 최대 투자국인 한국과의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무리한 공항 폐쇄조치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현재 코로나 상황은 한국의 것과 비교해도 나은 지표가 하나도 없다. 불과 석 달전까지 코로나 청정국이라 칭했던 국가가 단 석 달만에 가장 위험한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코로나와 같은 장기 전염병 사태에서는 물리적 봉쇄가 답이 될 수 없음을 베트남 스스로 잘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조치들은 하나같이 물리적 봉쇄와 연결되어 있다. 최근 코로나 검사와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시행하는 조치는 물리적 봉쇄의 강도와 범위에 대한 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 시행중인 호치민시 전체 락다운은 지금까지 시행한 조치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로 정부에서 발행한 통행증 소지자와 병원 이용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식료품까지도 군병력과 보안 요원들이 배달해 주는 형태이니 시민들의 외부 출입이 원천 차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락다운이 조속한 시일 내 해제되거나 상황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한다. 정부의 뜬구름 잡기식 애매한 발표 내용과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인식차, 전염병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부족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지 이해할 만하다. 강력한 조치인것 같으면서도 헛점이 많고,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는 것 같으면서도 일상화된 편법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지금의 문제를 이해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의 자세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애매모호함' 이다. 갑자기 환자가 늘어난 이유, 정책의 어떤 면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보완 대책이 필요한지 알려주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뿐,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에 통제는 하되 항상 피해갈 수 있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은 선언이나 결의문 형식이 될 수 밖에 없고, 국민들은 그것을 해석하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따르지 않을 수밖에 없는 단초를 정부 스스로가 제공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하면 그것에 대한 실제적인 시행내용은 며칠 후에 확인될 것이며, 결과는 복불복이라고까지 이야기 할까? 제멋대로 해석해서 시행하니 공무원들의 유권해석은 이를 근거로 다른 곳에서는 적용되기 힘들다. 국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을 자기 입맛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면 그냥 재수가 없기 때문이니까..
이런 모습은 일을 할 때에도 확연히 나타난다. 베트남 직원들이 가지고 오는 기안서는 대부분 선언적인 내용이다. 그것을 위해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몫인 경우가 많다. 상황인식, 문제점 파악, 대책 마련, 세부 시행내용 수립, 예상효과와 같은 기안서의 기본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직원은 정말 드물다. 시행하면서 대처해 나갈 뿐이다. 상황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사업은 성과없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결과 보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결과보고를 정확히 요구하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고, 원인과 이유를 묻는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여 얼국을 붉히는 경우도 많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습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 사이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많은 경험을 한 것보다 한국인의 정서와 일처리 방식을 이해하는 직원이 더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시행하는 락다운 대책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식료품을 사기 위한 행위까지 제한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식생활과 관련된 주민의 이동과 외출은 허락이 되었지만, 현재의 대책에서는 그것마저 불가능하다. 대책만 봐서는 정말 강력하다.
문제는 식료품 구입을 군인들과 보안요원들이 대신해 준다는 것에 있다. 주민들이 마트에 들러 발생되는 직접 접촉을 줄이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락다운 될 것이라는 암시가 시 관계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락다운 시행 전 3일 동안 호치민 시내의 모든 마트는 식료품을 사재기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모임을 최소화 한다라는 코로나 방역의 기본원칙이 락다운이라는 거창한 대책 시행을 앞두고 가뿐히 무시된 것이다.
또 하나는 락다운 기간동안 식료품의 배달을 담당하게 된다는 인력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1000만 호치민 시민의 식료품 구입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한 동안 620가구에 1500명에 거주하고 있고, 단지 전체로는 1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하고 한결같이 시행된 경우가 없는 선례로 봐서, 조만간 식료품 구입에 있어서는 약간의 완화조치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코로나 방역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경험해 보지 않은 재난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상의 오류도 있고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국가별 차이는 그것을 바라보는 문제인식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정책과 실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베트남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애매모호한 정책과 대책없는 새로운 정책만이 반복이 될 뿐. 이제는 국민들조차 정부의 정책을 100% 믿지 않는다. 오직 따르는 이유는 벌금과 같은 경제적 손해와 감금이라는 신체적 구속이 무서울 뿐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어 온 사회적 습관의 결과가 오늘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락다운 1일차에 이미 마트에 다녀온 사람이 나오고, 군대가 배달해 준 식료품의 불만이 SNS상에서 공유되는 것을 보며, 우려했던 '애매모호'한 정책이 또 하나의 '대책없는' 정책이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