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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31. 2021

Yes와 Why사이 베트남의 미래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 '베트남 사람들' 이야기 (3)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 '베트남 사람들' 이야기 (2)

결국 이렇게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머지않아 다시 강의실에서 수업하기를 바라고 있기만 지금의 상황에서 학기 내 수업이 다시 강의실에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호치민은 4~6천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사망자 역시 매일 300명 이상으로 나오고 있으니,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 갓 넘었을 때 사전 봉쇄조치로서 학교를 폐쇄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던 선례를 봤을 때 올 해 다시 강의실의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인 듯 하다.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하게 수능고사 형태의 대입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이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자신의 적성과 수준, 경제적 능력에 따라 고등학교로 진학을 한다. 호치민이라는 베트남 최대도시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어느 지역보다 높다. 경험해 본 바로는 베트남 학생들의 지식 수준은 상당히 높으며,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열의가 높다. 2020년에 발표한 평균연령이 32.5세로 젊은 나라라는 특징과 함께 배움의 열의가 높다는 것은 한 국가의 미래 발전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르포는 베트남의 교육과 관련하여 베트남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특히 한국어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당히 매우 높다. 물론 K-POP이나 K-드라마의 영향을 많은 받은 측면이 있지만, 이를 K-CULTURE라는 브랜드로 전략화 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한국어는 베트남 제1외국어 과목으로 선정되어 초등학교에서부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 제도적인 영향으로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몰리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어학과는 전국에서 제일 먼저 한국어학부로 승격하여 운영되면서 전국의 뛰어한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대학 출신의 직원들과 같이 일해 본 한국사람들은 베트남 직원들의 일처리 능력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지만은 않는다. 어떤 대학 출신이고 어떤 전공을 했느냐와는 무관하게 공통된 평가 중 하나는 베트남 직원들의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표현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시키는 것은 잘하는 데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기업들이 찾고자 하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와는 거리가 있다. 베트남 소재 대학 출신의 많은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 본 경험에 비추어 봐도 이러한 평가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인재들이 기업에서 이런 평가를 받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들의 정치적인 제도와 좁은 시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공산당이 집권하는 독재체제는 국민들이 정치화되고 비판적이며 창조적인 사고를 장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가에서 마련한 교육내용, 정해진 코스,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지만 언론에 대한 통제가 일반화 되어있고 여론을 이끄는 대부분이 관변 언론이라는 점을 본다면 그런 문화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지켜온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상반되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젊은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베트남 국내 문제에는 관심이 있어도 글로벌 문제, 역사적 문제,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IT를 하는 친구는 IT만 공부를 하고, 언어는 언어만, 경제는 경제학의 이론과 현상에만 집중한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융합이라는 개념과 멀티,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가상과 현실의 교차 등과 같이 자신의 생활과 관련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으로도 접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야과 객관적 소식을 전해야 하는 언론 조차도 그 역할을 하기보다는 현실적 문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경향이 고착화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어 교육을 위한 스마트 강의실과 일반 강의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베트남 학생들에 대해 드는 하나의 아쉬운 점은 학생들이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는 부당하지만 따라야 하고, 선생님이 가르친 내용에 대한 조금의 의심이나 질문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베트남에서 교사는 존경받아야 할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도 있지만, 배우는 학생이 가져야 하는 비판적 관점, 질문, 자기 주장의 표현 등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학습에 대한 자세가 직업 현장에서 시키는 것만 잘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건 당연할 지 모른다.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의 LMS 플랫폼의 화면 일부

오늘 부터 한 학기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학생들과의 수업은 오프라인 대면 수업이 아닌 이상 선생님과 학생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가지기 힘들다. 학생들도 학생 나름대로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가르치는 교수들도 온라인 수업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집에서 수업을 한다는 신체적인 편함보다는, 좀 더 많은 지식을 알려주고 관심거리를 늘리는 대화를 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학생들의 순수함,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를 알기에, 그런 모습들이 먼훗날에도 창조적 능력이 결여된 단순한 일만 처리하는 화이트 칼라로만 남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 베트남의 미래를 위해서 바뀌어야 하는 건 지금의 학생들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4시간의 온라인 수업시간 동안 한 명도 빠짐없이 출석한 학생들을 온라인 화면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알려주는 지식과 경험이, 이들의 배움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로 남을 수 있을지... 베트남의 다이나믹한 미래는 지금의 학생들의 태도에 달려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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