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베트남의 '위드 코로나'
결국 9월 6일까지 시행되었던 통행금지 (총리령 16호 ++)는 다시 9월 15일까지 연장되었다. 가장 타격이 심한 호치민시의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5,000명에서 7,000명을 오가고 있으며 사망자도 매일 200명을 웃돌고 있다. 베트남 전체로 봐도 신규확진자는 13,000명 수준이고, 사망자는 다소 줄어든 모양새이지만 여전히 300명 수준에서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조조치를 갑자기 시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베트남 언론에 흘러나오는 기사들의 방향은 방역보다는 경제 회복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진행된 물리적 봉쇄 조치로 인해 임금노동자의 60%가 실업 상태에 처해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다른 나라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소개하면서 베트남도 영원히 코로나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총리의 담화도 소개하기도 한다. 확진자 100명이 넘어 학교를 페쇄하고 서비스 영업을 중지시키고 급기야 식당과 마트마저 방문 판매를 금지시켰던 베트남 당국이 불과 4개월이 지나 13,0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한 상황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베트남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계속적인 봉쇄는 저소득층의 소득단절 심화를 야기했고, 수출기업 육성을 표방했던 구호 마저도 생산시설 폐쇄와 축소로 유명무실 된지 오래다. 시민들의 불만도 극도로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 장기적 봉쇄 조치의 피로감으로 방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더 퇴색해 가면서 코로나 신규확진은 줄어들기는 커녕 주위에 다시 전파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유럽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위드 코로나' 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위해서는 환경조성이 필수적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백신 접종율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백신 접종율은 가장 심각한 호치민과 남부 도시를 제외하면 9월 11일 현재 18세 인구 7,500만 기준 1차 완료자 약 30%, 2차 완료자는 5.9%에 불과하다. 백신의 집중 지원을 받은 호치민시의 경우가 18세 이상 인구 700만 기준 1차 92%, 2차 14.3%를 넘어셨을 뿐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유럽국가의 백신 2차 접종율이 평균 70% 이상 완료한 것과 베교하면 아직 베트남은 백신에 대한 위드 코로나 환경은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거기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미등록 거주자에 대한 파악 어려움점, 백신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섣부른 중국 백신 도입 등으로 인한 접종 기피 현상은 백신 접종율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베트남 당국이 선택한 방법은 기간에 따른 단게적 접근 방법이다. 백신 접종율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은 호치민 시의 경우, 3단계 전략으로 경제 활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것을 공식 선언하였다. 먼저 9월 16일 완전 봉쇄를 해제하면서 백신 접종 완료자 (그린 카드 보유자)와 1차 접종 완료자 (오렌지 카드 보유자) 에 대한 경제활동 혜택을 부여하면서 일부 업종에 대해 영업재개를 허가한다. 이후 10월 말 부터는 영업재개 업종을 확대하고 22년 1월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http://www.insidevina.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27
이를 위해 베트남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 단계 축소', 각 대사관의 협조 아래 외국인에 대한 별도 접종 시행, 백신 확보의 다각화 등의 조치를 적극 시행하며 이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방역 당국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선 기관의 행정력이 뒷받침되어 주지 못하거나 백신 신청 사이트의 중복운영 등 탁상행정 등으로 시민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여전히 문서와 양식에 의존하는 행정처리 방식으로 백신 정책 운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5월 부터 시작된 이 사태가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 당국 관계자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이나 사과 담화를 하지 않는다. 5월 전만해도 베트남, 특히 호치민은 누구에게나 자랑하는 코로나 청정지역이었으며,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을 때에도 베트남은 여전히 식당에서 맥주 파티를 즐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예측하건대, 그런 좋은 시절에서도 코로나는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을 파고들며 점점 더 전파되고 있었고, 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과 드러내지 않은 특성 등이 겹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베트남 곳곳은 코로나로 오염되고 있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호치민 시민 전체에 대한 진단 검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신규 확진자 숫자가 갑자기 몇 십배 이상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거기에 고혈압과 당뇨가 높은 보건 환경 상 사망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트남의 코로나 방역을 두고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인정할 만한 말이다. 물리적 봉쇄가 최선으로 생각했던 방역 조치가 다시 단계를 올리며 강화된 또다른 봉쇄조치를 낳았으며, 이 과정에서 서민의 경제는 철저히 무너져 내렸고 경제 기반인 수출산업도 갈피를 잃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봉쇄는 결코 답이 될 수 없음을 베트남은 철저히 자기 파괴를 하며 증명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게 조치했지만 고집스런 방법과 방역의 방향성이 빗나가면서 방역이 우위를 점했던 베트남은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다시 방역의 우위에 서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베트남의 위드 코로나가 과연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코로나 봉쇄 초기에 경제보다 방역에 우선을 두었던 여론이 지금은 역전된 것을 보면서 베트남 시민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고, 성장 속도와 성장률에 의존하던 경제가 서서히 멈춰가는 위험을 더 이상 방역의 굴레로 내버려 두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수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다시 베트남이 과거의 영광의 시기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 베트남은 또 다시..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https://news.g-enews.com/view.php?ud=202109091117483725428b74b45e_1&md=20210910172015_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