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 Feb 17. 2023

우리의 만남은 작은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만남은 작은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정신질환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트위터 계정 ‘극복계’에서 말이다. ADHD,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각자 앓고 있는 질병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른 우리가, 오로지 극복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쳤다.


그중에서도 나는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다. 사실 내 계정은 처음부터 극복계는 아니었다. 그저 우울함을 쏟아내는 감정쓰레기통이었다. 감정쓰레기통을 공유하던, 내 우울함을 공감해 주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떠나갈 때마다 여전히 머물기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원망했고, 떠나간 이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이러한 감정은 ‘동경’이라는 단어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감정쓰레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랐다. 미련 없이 트위터를 접고 떠나고 싶었다. 조용히 사라졌을 때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소리님은 요즘 뭐 하실까? 잘 살고 계셔서 안 들어오시는 거겠지? “라고 생각해 주길 원했다.


그렇게 잘 떠나기 위해 극복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만났다. 트위터 세계에서는 우리들에게 ‘가좍’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때로는 가족 같고 때로는 친구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사이를 가좍이라 칭하고 있다.


우리는 가좍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