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참 극한직업이네
또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우리 쌤은~인 것 같다. 선생님의 진료 스타일이나 특징, 하물며 개인사까지. 탈곡기를 가져와서 탈탈 털어내는 것만큼 재밌는 이야기가 없다.
우리 쌤은 나랑 면담하다가 졸았다니까
내가 했던 말이다. 실제로 우리 쌤은 레지던트 1년차때 나와 만났고, 그때는 저년차 레지던트여서 많은 당직에 공부에 근무에 상당히 지쳐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쌤이 실제로 나와 면담할 때 졸았던 일이 있다. 귀엽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드는 감정은 웃기다였다. 의사가 환자와의 진료 도중에 졸다니.
의사쌤한테 공부 열심히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하니까 선생님 의대 간 팁 진료시간 내내 전수해 주셨어.
하루가 들려준 얘기다. 한눈 팔리지 않게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라, 과목을 자주 바꾸지 말고 한 과목 안에서 인강 듣기 문제풀이 식으로 변주를 주어라 등등을 전수해 주셨다고 한다. 여기서 웃겼던 점은 하루가 듣고 싶었던 것은 꿀팁이 아니라 위로였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마음에 대한 위로... 진정으로 환자의 문제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 의사 선생님의 MBTI는 T유형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들었던 재미있는 일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장님은 내 정병 발사 다 받아주셔
나의 아픔, 힘듦, 혼란스러움 등 감정을 발사하듯이 표출하는 것을 ‘정병 발사’라고 흔히들 표현한다. 제니는 자신이 무슨 말을, 무슨 표현과 행동을 하든 선생님께서 다 받아주셨다고 한다. 의사에 대해 불신만 가득했던 마음이 뭐든 다 받아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고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나의 어떤 면이든 다 수용해 주는 선생님께 믿고 치료를 받고 싶을 것 같다. 제니는 자신이 너무 힘든 날 엎드려서 진료를 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배려해 주셨다고 하니 우리 쌤도 아니지만 괜히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썰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과 더 이상 병원에 안 가서 안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후자의 마음이 커져서 의사 선생님과의 일화가 마음 한 켠의 추억으로 남기를 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