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 Aug 25. 2020

10개의 대형마트 이야기를 마치며

나 브런치 한다? 그것도 대형마트 이야기로!

10개 중 7개의 글이 다음 페이지 및 브런치 메인에 걸렸다.  

10개를 쓰면 당당히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소! 하고 여기저기 공표(?)해야겠다 다짐했다. 한 달에 겨우 한 번 쓰는 글이더라도, 나름의 내 생각과 경험을 녹여낸 이 글들이 소중했다. 지인들 중 친한 친구 두어 명을 제외하고는 이 계정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데, 60여 명의 낯선 이들이 구독해주는 것이 뿌듯했다. 10개의 글 중 7개의 글이 다음 페이지에 게시되어 적게는 몇천, 많게는 몇만의 조회수가 나오는 것은 정말, 정말 행복했다. 나의 직장생활이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다는 쏠쏠한 위로도 되고 말이다. 그러나 막상 10개를 채우자,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쏙 사라졌다. 아마 더 완벽한 글들, 더 많은 구독자들, 더 많은 콘텐츠들을 담아 공개하고 싶다는 얄팍한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글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프로필에 드러나긴 하나, 단순히 이 글을 읽었을 때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도록 작성했다. 내가 정확히 어떤 대형마트를 다니는지 드러나지 않도록 경계했다. 지역과 동료들의 정보도 최대한 배제했다. 정확한 직장을 숨기고 싶다는 생각 반, 글에 어떠한 편견을 씌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 반이었다. 이런 생각을 항상 품고 글을 쓰다 보니, 10개를 채워도 알리기가 더욱 부끄럽고 어려웠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브런치를 멀리하게 됐다. 꽁꽁 숨겨서는 처음 마음가짐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모든 활동은 드러낼수록 빛을 낸다. 시너지를 얻고 자신감을 키워주며,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글을 기점으로 조금 더 솔직해지려 한다.


최근 발령을 받았다. 영업관리 직무였던 나는 온라인 관련 직무를 담당하게 됐다. 일하는 곳의 위치도 바뀌었고, 하는 업무도 완전히 달라졌다. 대략 4개월 일하며 이 업무가 나랑 꽤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글의 방향성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이전에는 현장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에 더해 온라인, 배송 시스템, 어플 등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아직 온라인 업태 새내기인 나는 직무에 관한 치열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제 신입사원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3년 차가 되었다. 멋모르던 20대 중반을 대형마트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지냈다. 도난 건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를 하루에 수만 장씩 팔며 뉴스 기사에 매일 등장하고, 명절 세트를 어떻게 하면 전년도보다 잘 팔까 고민하고, 업체 사우님들의 싸움을 중재하느라 애를 먹은 날들이었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항상 고민했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일 잘하는 직장인이란 무엇일까. 답을 내지 못했으니 지금 발령받은 곳에서도 계속 고민할 거다. 어려운 대형마트 상황에서 그래도 선방하고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 글 10개를 마친 나에 대한 칭찬과 앞으로의 다짐을 뒤섞으며 마치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