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공생들의 한풀이었다고나 할까
역사학 수업을 듣다 보면, 아주 짜릿한 순간들이 있다. 내가 당연한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오는 깨달음의 쾌감이었다. 내 무지가 깨지는 순간들, 그게 되게 좋았다. 너무 좋은데. 이걸 나만 알고 있기 아까웠다. 그 쾌감의 순간을 남들하고도 나누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카드뉴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논문이나 전문 서적을 읽지 않아도 편하게 소화할 수 있게 콘텐츠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 두 명에게 들고 가서 같이 하자고 했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 하나가 '역사 사'자를 써서 사적인모임이라는 팀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때부터 수업 들으면서 재밌었던 소재를 찾아 돌아가며 글을 썼다. 셋이 만나면 술 마시면서도 역사 얘기를 했고, 글 피드백도 했다. 그 둘이 내 웃긴 열정에 같이 동참해주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초창기 멤버들과의 시간이 끝난 후에도 2기를 모집해서 또 다른 사학과 친구들과 글을 썼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서 쉽게 보게 하려고 카드뉴스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훨씬 잘나오는 바람에 카드형에서 텍스트형으로 바꾸기도 하고, 유통 플랫폼도 줄이고 하면서 나름대로 전략도 세웠다. 사학과는 공장에서도 안 뽑는다는 농담을 하면서, 그런 세상에 역사와 인문학을 전공한다는 나름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가득했었다.
취업을 준비하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사적인 모임 연재는 자연스럽게 멈췄다. 사실 핑계다. 뒷심이 부족한 내 성격 그대로, 원래 습관대로, 역시 마무리를 못했다. 러시아 혁명사로 사학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되어서, 공부하는 김에 쓰고 싶었던 사상사 관련 글들이 있었는데 다 못썼다. 기회가 되면 써보고 싶은데, 왠지 안쓸 것 같다. 마무리 못 짓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장점보다는 단점이 강력하다. 좋은 습관 들이기는 어렵다는 진리에 굴복하면서, 안 좋은 습관은 관짝 닫힐 테까지 가져가려고 한다. 맨 마지막 글이었던 '마르크스주의 어렵지 않아요'에 To be cotinued를 걸어놓고는, 마르크스는 어디 가고 정리 글로 사적인모임은 끝내게 되었다. 사적인모임 이름으로 올린 글들은 브런치북으로 엮어놓고 이제 또 다른 일을 벌릴 참이다.
끝.
함께 해 준 에디터분들, 읽어주신 구독자분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