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끝자락

by 빠른귀

7월은 고통스러웠다. 굵게 내린 비나 말려죽일 듯한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조금 한가해지며 숨을 돌릴 시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의 실수와 예상치 못한 일들 때문에 다른 달보다도 더 바쁘게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 한숨 돌릴 타이밍을 놓쳐버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더 지쳐버렸다. 격려와 응원 대신 받은 원망과 질책 때문에 참 오래 살 것 같았지만 그리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업무에서 오는 부담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진짜 힘들었던 건 내가 점점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반응하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점차 그래왔긴 하지만 정말 이번 달은 단 한 순간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무언가로부터 재미나 흥미를 느낀 적도 없고, 내 최후의 보루 같았던 영화마저 보는 것을 미루거나 몸을 이끌고 가서 봐도 그리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어떠한 것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지만 점점 이래도 되나 싶었다. 주변에서 퇴근하고 나서, 또는 주말에 뭐 하냐는 질문에 정말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주변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겪으면서 내 삶이 정말 무미건조함의 극치가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실패 경험이 쌓이면서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게 된 성격 탓인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는 데에 굉장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일단 밖에 나가는 것부터가 큰 어려움이었다. 그냥 사람들 무리 안에 섞여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을 갈망했다. 우연한 만남. 그것만이 나에게 어떤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모르는 사람과 조우하게 되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금방 기대를 접었다.


오늘 눈을 감고 다시 뜨게 되면 놀랍게도 8월의 첫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있다.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봤자 어차피 알람 소리와 함께 내 곁에 와 있을 것이다. 8월은 7월에 비해 좀 덜 고통스러우려나? 9월은? 연말이 되면 나도 남들처럼 한 해를 잘 버텼다며 스스로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그저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한 위로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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