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위로 향했을 때

하늘은 의외로 표정이 많다

by 빠른귀
https://www.youtube.com/watch?v=zr4MLehZ0HM






8월에서 9월 사이의 하늘을 좋아한다. 하늘이 쾌청하고, 구름이 멋드러지게 수놓아져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관찰해보지는 않았지만 10월에 들어서면 뭉게구름보다는 층이 얕은 구름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8월에서 9월 사이에 하늘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아무래도 구름을 주로 찍다보니 예전에는 낮에 사진을 찍는 빈도가 높았다. 점심 먹고 잠깐 산책할 때의 푸른 배경과 흰 구름, 아니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석양 빛에 물든 구름들이 내가 주로 찍은 대상들이었다.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뿌듯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낮보다는 밤하늘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내가 밤하늘을 찍는 건 거의 달 사진을 찍을 때 밖에 없었다. 잘 안 풀리던 날들이었어서 그런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밝게 떠 있는 달을 보면 마치 무언가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사진에 담았던 것 같다. 보름달 뿐만 아니라 초승달이나 반달이 떴을 때에도 그냥 문득 걸어가다가 달이 예뻐보이면 스마트폰을 들어 프로 모드로 이것 저것 조절해가며 최고의 달 사진을 찍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곤 했다. 프로 모드에 들어가 울트라 줌으로 달을 선명하게 찍으면, 그 주변 하늘은 먹칠을 한 것처럼 모두 까맣게 변한다. 그래서 사실 그 사진 안에는 달 이외에 무언가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밝게 뜬 보름달 주위로 달빛에 비쳐 달을 감싸고 있는 구름이 너무 멋있어 보여 사진에 담았었다. 그 후부터 꼭 달 사진이 아니더라도 밤하늘도 낮처럼 찍기 시작했다. 낮에 보는 하늘만큼 매일 선명하게 무언가가 보이지는 않아도 대신에 고층 건물들의 불빛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그것은 그것대로 나름 매력이 있었다.


물론 요즘은 신형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사진이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하늘 사진을 찍을 때에도, 같은 하늘을 이런 저런 것들을 만져가며 여러 장을 담아내지만 직접 보는 것만큼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물론 내 촬영 숙련도가 떨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진은 그냥 그날, 그 찰나의 하늘이 어떠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데에만 의미를 두기로 했다. 중요한 건 평범한 일상에서도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고, 그 순간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는 점인 것 같다. 내가 땅만 보고 걸었다면 놓쳤을 그 장면을 잠시라도 볼 수 있었다는 데에 진정한 의미가 있달까.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아요. 매일, 아니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당신의 눈을 즐겁게 해줄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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